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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슈피겐 레가토 아크 R72E
넓고 웅장한 중저음형 사운드의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

2017년 11월 07일


저음의 바람을 경험해보았는가

혹시 오디오쇼에 가게 된다면, 현장에서 시연 중인 대형 스피커의 바로 앞에 서보자. 초저음이 웅웅거리는 우퍼 앞에 얼굴을 들이밀면 우퍼의 진동판 움직임에 밀려나오는 공기가 느껴질 것이다. 약한 바람이 얼굴에 불어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러한 '저음의 바람'을 본인의 귀 속에서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그러한 저음을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경험하게 됐으니... 두 번 놀라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블루투스 이어폰은 오디오 회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바로 슈피겐(Spigen)의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 '레가토 아크(Legato Arc) R72E' 라는 제품이다. 모델 넘버까지 부르기는 귀찮으니까 이제부터 '레가토 아크'라고 부르겠다.


이 제품은 여러분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능과 디자인의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가격은 9만원 미만이라서 부담이 적은데, 블루투스 연결이 매우 빠르며 두 기기에 동시 연결하는 멀티포인트를 지원하고 apt-X 코덱도 탑재했다. 진동 기능으로 착신을 알려주며, 음성 통화도 잘 되고, 음악 재생도 잘 된다. 이 정도라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생활 필수 품목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쉽게 고를 만하다. 그러나 본인은 레가토 아크를 2주 정도 사용해보면서 명확한 특이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1) 저음, 특히 매우 낮은 저음 재생에 특화된 이어폰이다. 3개의 사운드 모드를 갖췄는데 3개 모두 저음이 강력하다.

2) 외이도 입구에 깊이 끼우는 커널형 이어폰이 아니다. 넓은 지름의 진동판을 사용하며 귓바퀴 안쪽에 하우징을 안착시키는 세미커널형 디자인이다. 귓바퀴 모양이 밋밋해서 이어폰 착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되겠다.

3) 넓은 진동판이 웅장한 저음을 만들어낸다. 또한 하우징 후면의 베이스 포트 설계로 아주 넓은 공간을 묘사한다. 저음이 강하기만 한 게 아니라 듣기 좋은 잔향을 만들며 넓게 울려 퍼진다.

즉,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 중에서도 레가토 아크는 더욱 큰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베이스 포트를 사용해서 특유의 풍만하고 거대한 저음을 들려준다. 둥글고 넓은 하우징에 노즐을 장착한 세미커널형 디자인이라서 오래 착용하기에도 편하다. 이러한 특징은 본인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영화관의 대형 스피커를 경험하게 했으며 오랫동안 편안한 감촉으로 음악을 즐기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둠~둠~이 필요한 음악 장르에서 카 오디오 같은 쿵쾅거림으로 심장 박동 같은 흥분을 전달한다. 그러므로 이 물건의 후기를 읽어볼 사람은 원음 충실도를 원하는 하이파이 매니아가 아니라, 빠른 리듬으로 쿵쿵거리는 저음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레가토 아크의 흥미로움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이 제품은 단순한 저음형 이어폰이 아니다.) 여기부터는 일반적인 제품 소개서처럼 제품 디자인과 사용 방법을 다뤄보겠다. 소리에 대한 이야기는 뒤쪽에서 이어진다.

구성품, 디자인, 사용 방법

레가토 아크가 담긴 박스를 열면 중간 사이즈 이어팁이 장착된 제품 본체와 소형, 대형 사이즈의 이어팁, 충전용 USB 케이블이 나온다. 이러한 생김새의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은 많이 봤지만 이 제품은 유난히 간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목에 착용했을 때를 기준으로 왼쪽에 버튼 두 개만 있기 때문이다. 앞쪽의 작은 버튼은 길게 누르면 전원이 켜지고 페어링이 시작되는 다기능 버튼이고(보통 멀티 펑션 버튼이라고 해서 MFB라고 부른다), 그 옆의 조금 더 큰 버튼은 누르는 게 아니라 앞뒤로 미는 방식의 볼륨 버튼이다. 짧게 밀면 볼륨 조정이고 길게 밀면 삑하는 소리와 함께 곡 순서 변경이 된다. 넥밴드 안쪽에는 충전할 때 쓰는 마이크로 USB 포트가 커버에 가려져 있다.




레가토 아크 본체는 매우 가볍다. 무게가 36g이라고 하는데, 몇 시간씩 목에 걸고 있어도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제품 왼쪽에 진동 모터까지 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경량화가 된 넥밴드 이어폰임을 알 수 있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넥밴드 중에서 목에 거는 부분이 영리하게 설계된 듯 하다. 이 부분이 착용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레가토 아크의 넥밴드 부분은 얇고 말랑한 실리콘 튜브처럼 되어 있다. 이것이 마치 에어 쿠션처럼 작용해서 목 등을 누르지 않는다. 튜브의 안쪽에는 좌우 채널을 연결하는 케이블이 있고 형상 기억 금속으로 단단히 보강되어 있다. 아무리 강하게 구부려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니까 혹시 제품을 가방 속에 담아야 한다면 넥밴드를 둥글게 말아서 넣어도 된다.


이어폰의 케이블은 줄자처럼 쭉 늘려서 사용한 후 한 번 당겼다가 놓으면 자동으로 수납되는 방식이다. 흔히 릴 방식이라고 부르는 구조인데 레가토 아크의 케이블은 수납할 때 천천히 느슨하게 들어간다. 이것은 아마도 이어폰에 가해지는 충격을 피하고 릴 부분의 접촉 불량도 방지하기 위함인 듯 하다. 케이블은 매우 가늘게 되어 있으나 피복이 단단해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그래도 제품을 보관할 때는 언제나 이어폰을 수납해서 케이블을 보호하기 바란다.


이제 레가토 아크의 특징인 이어폰 하우징을 살펴보자. 부드러운 곡선형의 하우징 속에는 14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들어 있다. 옆으로 낮게 기울어진 노즐은 귀에 끼웠을 때 아주 편안하게 들어가며, 하우징 표면이 매끄러워서 귓바퀴에 걸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또한 하우징의 안쪽과 바깥쪽에 베이스 포트를 두어서 저음의 증폭과 조정을 하고 있다. 바깥쪽 베이스 포트에 반짝이는 금속 테두리를 넣은 점이 깔끔한 장식 효과를 낸다.



그냥 즐겁게 듣기 위한 블루투스 이어폰의 소개글에서 오디오 이야기를 꺼내는 게 미안하지만, 다양한 이어폰의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밸런스드 아머처(Balanced Armature)와 다이내믹 드라이버(Dynamic Driver)의 차이를 알 것이다. 아무리 밸런스드 아머처 여러 개를 합쳐서 저음을 재생해도 저음의 강력한 에너지는 훨씬 저렴하고 단순한 구조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물론 저음의 재생 타이밍이나 속도는 밸런스드 아머처가 좋지만, 사람들의 감각은 라우드 스피커와 동일한 구조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더욱 깊고 자연스러운 울림의 저음을 찾는다. 그리고 또 하나 짚어둘 점은, 작은 이어폰 속에 들어가는 초소형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진동판 지름 차이'가 되겠다. 자석의 자력, 보이스 코일의 소재와 길이 등이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힘'을 결정하지만 더욱 웅장한 저음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지름의 진동판이 필요하다. 이 점을 음압(Sound Pressure) 수치 같은 구체적인 데이터로 증명할 수는 없을 터이니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간단히 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큰 지름의 진동판은 더 낮은 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진동판 지름이 클수록 소리가 좋다는 말이 아니다. 지름이 클수록 낮은 저음의 재생에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그 다음은 제품 사용 방법의 체크다. ...사실은 여타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들과 거의 동일하다. 다기능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원이 켜지면서 이 제품 특유의 오프닝 사운드가 재생되는데, 사운드 끝부분에서 우우웅~하고 저음을 쭉 뽑아준다. 그리고 왼쪽 부분에서 진동 모터가 부르르 떠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진동 모터는 전원의 켜고 끔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폰으로 전화가 왔을 때 진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혹시 폰과 이어폰의 거리가 많이 멀어지면 분실 방지를 위해 스스로 진동하는 기능도 있다. 충전은 완전히 될 때까지 최대 2시간이 걸리고, 음악 재생 및 음성 통화는 최대 10시간, 대기는 최대 600시간이라고 한다. 기기 두 대에 동시 연결을 유지하는 멀티포인트는 두 대 이상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유저에게 편리한 기능이 되겠다. 듀얼 MEMS 마이크가 있어서 음성 통화할 때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며, 이어폰의 소리 성향도 중저음형이라서 상대의 목소리가 더 굵고 가깝게 들린다.


*참고 : 멀티포인트 쓰는 방법은 블루투스 이어폰마다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는데, 본인은 단순한 방법을 쓴다. 첫 번째 기기에 페어링한 후 레가토 아크의 전원을 끄고 기기의 블루투스도 끈다. 그 후 레가토 아크를 켜고 기다리면 'Ready for paring'이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이 때 두 번째 기기에 페어링을 한다. 그 다음 첫 번째 기기의 블루투스를 켜고 레가토 아크를 찾아서 페어링하면 두 대 모두 연결이 유지된다. 이렇게 하면 두 번째 기기가 메인이 되고 첫 번째 기기가 서브로 등록될 것이다.

*참고 2 :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했을 때 음악 볼륨과 음성 통화 볼륨을 따로 조정하는 스마트폰이 있다. (예: 아이폰) 혹시 통화 중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면 헤드셋의 볼륨을 올리자. 음악 볼륨과는 연동되지 않으므로 통화 중에 올려야만 음성 통화 볼륨이 올라간다.


SOUND

레가토 아크의 전원을 처음으로 켜서 음악을 듣는다면 시작부터 뭔가 흐린 듯한 느낌과 함께 굉장한 울림의 저음이 들려올 것이다. 사실 소리가 흐린 것은 아니지만... 저음 강조가 별로 없으며 고음 일부가 강조된 이어폰의 소리를 들어왔다면 레가토 아크의 첫 감상이 제법 낯설 것이다. 그만큼 이어폰의 소리에서 저음의 비중이 높으며 전체적인 성격까지 결정한다. 그래서 샤프하고 선명한 소리를 선호하는 사람보다는 쿵쿵거리는 저음의 속사포를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또한, 밝고 자극적인 고음을 싫어하며 포근하고 부드러운 중저음 위주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레가토 아크가 첫 감상부터 마음에 들 수도 있다. 본인의 경우는 특정 사운드만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 '고중음형', '밸런스형', '중저음형', 'V 사운드' 등의 여러 분류를 하면서 골고루 즐기는 편이라서 레가토 아크를 '중저음형'으로 두고 다른 이어폰들과 함께 감상했다.


*3개의 사운드 모드를 사용해보자

첫 감상을 해봤다면 이제 이 제품의 숨겨진 기능(?)을 써볼 차례다. 음악 재생 도중에 다기능 버튼을 빠르게 더블 클릭해보자. 삑 소리와 함께 음색이 바뀔 것이다. 노멀(Normal), 트레블(Treble), 베이스(Bass)의 세 가지 사운드 모드를 전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 노멀, 트레블, 베이스일 뿐 실제로는 세 가지 모드가 모두 저음을 강조한다. 앞서 첫 감상으로 들었던 포근하고 부드러운 중저음형 사운드는 '노멀 모드'이며, '베이스 모드'는 더욱 저음을 강조해서 옛날 소니 워크맨에서나 접했던 메가 베이스 소리를 만든다. (저음이 둠둠펑펑!!) '트레블 모드'로 맞추면 볼륨이 1단계 정도 낮아지면서 고음이 선명해지는데 이 상태에서도 쿵쿵하는 저음 강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레가토 아크의 트레블 모드가 '저음과 함께 고음도 조금 강조된 수준'이며, 노멀 모드는 '포근한 중저음형 사운드'이고, 베이스 모드는 '머리가 털릴 정도의 메가 베이스 효과'라고 보면 되겠다. 본인의 예상으로는 이 제품을 쓰는 사람은 계속 노멀 모드에서 중저음형 소리를 편하게 듣다가 잠시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트레블 모드를 써볼 것이다. 그리고 썸녀, 썸남에게 차이거나 게임 아이템 강화에 실패했을 때는 세상을 잊기 위해 베이스 모드를 켜버리고 말 것이다.


*참고 : 연결한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 SE, 소니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 LG V20 등이다. XZ1 컴팩트, V20에서는 apt-X 코덱을 쓸 수 있는데 레가토 아크는 소리 특성 상 중저음이 훨씬 강해서 apt-X 코덱과 SBC 코덱의 음질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의 차이가 분명히 있겠으나 이어폰의 소리 개성이 워낙 강렬해서 듣는 이가 감지를 못하는 것이다.

*참고 2 : 대기 상태에서는 고요하지만 음악 재생을 시작하면 배경의 화이트 노이즈가 들린다. (스으~하는 약한 소리다.) 귀가 예민한 유저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이 제품으로 조용한 방 안에서 클래식 악곡을 듣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애초부터 이 물건의 사운드 튜닝이 헤비 베이스 성향이고 빠른 리듬의 음악에 맞춰져 있다. 쿵짝거리는 즐거운 음악을 듣는다면 화이트 노이즈는 물에 넣은 물처럼 잊혀질 것이다.

*트레블 모드에서 고음 선명도가 향상되지만 기본은 저음 근육맨

트레블 모드는 고음이 꽤 선명하게 들린다. 또한 노멀, 베이스 모드보다 비교적 높은 저음을 강조해서 묵직하고 단단한 펀치를 제공한다. 본인은 노멀 모드가 레가토 아크의 개성을 살리는 기준점이라고 생각하지만,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들을 때 고음의 선명함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면 트레블 모드를 선택해도 좋겠다. 또한 락, 헤비 메탈 등의 드럼 심벌즈가 필요한 곡에서도 트레블 모드의 약간 강조된 고음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대놓고 말하건대, 이 물건의 고음 정밀도는 그리 높지 않다. 트레블 모드에서 분명히 선명하다는 느낌은 받지만 밀도가 낮으며 약간 거친 인상도 준다. 레가토 아크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원래 강력한 저음 재생에 최적화된 듯 하다. 베이스 모드를 고르면 저음이 폭발적으로 강조되는데 드라이버가 여유롭게 처리한다. 허약한 진동판의 스피커에 과다 출력이 들어가서 헉헉거리는 느낌을 연상할 필요가 없다. 애초부터 근육질이라서 강력한 힘을 요구해도 손 끝으로 스마트폰 터치하듯이 쉽게 해치운다. 댄스 뮤직 중에서 음악 만든 사람이 의도적으로 저음에 우퍼 째지는 듯한 음을 넣는 경우가 있다. 레가토 아크로 들으면 이 효과도 강조되기 때문에 이어폰의 진동판에 무리가 가는 것일까 의심할 수도 있겠다. 안심하시라. 레가토 아크 속에는 딴딴한 근육의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콧김을 훅훅 뿜으며 항상 대기 중이다.


*이어폰 속에... 큰북이 있다...

이 제품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노멀 모드’의 묘사를 시작한다. 이 소리는... 이어폰 속에 큰북이 있다... 깊은 산 속의 절에서 스님이 두두두두두하며 두드리는 커다란 북이다. 참고로 레가토 아크는 기본적으로 소리가 크게 맞춰져 있으니 첫 페어링 직후에는 볼륨을 20~30% 수준으로 낮춘 후에 감상을 시작해야 한다. 멋모르고 50% 정도 볼륨에서 저음 있는 음악을 틀었다가 큰북 울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랄 수 있으니 주의하자. 그 정도로 저음의 비중이 높으며, 중음은 저음과 일체화되어서 구별이 어렵다. 고음의 비중은 소리의 끄트머리에서 힘겹게 ‘나 여기 있어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음악에서 저음 악기가 쿵하고 울리면 세찬 바람과 함께 날아가버린다.


*[듣기 좋은 중저음형 이어폰]을 정의한다

이러한 소리라면 듣기 불편하지 않을까 예상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다른 이어폰과 소리 비교를 하지 않고 레가토 아크의 노멀 모드로만 10여분 정도 음악을 들어보면 ‘듣기 좋은 중저음형 이어폰’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저음에 결합되어 구별이 어려운 중음이지만 그만큼 사람 목소리를 아주 두텁게 보강하며 귀에 가깝도록 당겨준다. 고음 자극이 아예 없어서 청각이 대단히 편안하다. 저음은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덩어리로 고막을 꾹꾹 누르는데 타격이 끝날 때마다 곱고 포근한 잔향을 풀어낸다. 그러한 상태에서 초저음이 넓고 푹신한 공간을 형성한다. 타 회사 제품의 소리에 비유한다면 바우어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의 이어폰 헤드폰을 떠올려도 좋겠다. B&W 제품들의 고음이 레가토 아크보다 조금 더 나오지만, 두텁고 포근한 중저음의 잔향과 넓은 공간감은 상당히 흡사하다. 이렇게 바닐라 라떼 같은 부드러운 소리만 듣다 보면 고음의 감각이 흐려질 수 있는데 그럴 때 쓰라고 트레블 모드(아메리카노)가 있는 모양이다. 평소에는 노멀 모드로 듣되, 청각을 깨우기 위해서 가끔씩 트레블 모드로 전환해주기를 권한다.


*내 귀에 설치된 대형 서브 우퍼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볼 때 이 이어폰은 거대한 서브 우퍼를 제공한다. 머리 주변으로 우웅~하는 초저음의 장막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의 배경 음악에서도 더욱 강력하고 웅장한 느낌을 받는다. 노멀 모드에서 이런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으나, 혹시 펑펑 터지는 효과음의 강조를 원한다면 베이스 모드를 써도 좋겠고, 쿵쿵거리는 저음과 함께 샤프한 고음형 효과음도 함께 듣고 싶다면 트레블 모드를 써보자. 모바일 엔터테인먼트는 사실상 레가토 아크의 종특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 점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영화 ‘다크 나이트’의 사운드 트랙이나 무비 트레일러용으로 판매되는 에픽 스코어 뮤직을 들어보기 바란다. 깊고 거대한 초저음의 배경이 심리적인 공간을 크게 넓혀주는데, 눈을 감고 들으면 소리가 내 머리를 둥글게 에워싸는 느낌도 든다.


*차분하고 맑은 음악보다 쿵쿵거리고 웅장한 음악에 적합하다

이미 몇 차례나 강조했지만 이 제품의 소리에서 유일한 단점은 ‘특정 장르에 최적화됐다’는 것이다. 어떤 음악이든 쿵쿵거리는 저음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올라운드 용도로 쓰겠지만, 저음의 고.중음 마스킹 현상을 용납할 수 없다거나 고음 비중이 낮은 따뜻한 소리를 싫어한다면 레가토 아크는 상당히 버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맑은 성향의 어쿠스틱 연주곡이나 클래식 악곡에는 권하고 싶지 않다. 트레블 모드를 쓰면 어느 정도 선명한 소리로 들을 수 있으나 애초부터 이어폰의 성격이 차분하고 맑은 음악에 잘 맞지 않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최적의 장르는 댄스 뮤직이며 포근한 보컬의 발라드, R&B, 소울에도 잘 맞는다. 콘트라베이스나 베이스 드럼의 저음을 아주 좋아한다면 락, 재즈 장르도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겠다. 웅장한 저음의 태평양을 끝없이 헤엄치고 싶다면 한스 짐머(Hans Zimmer)류의 영화 음악을 레가토 아크로 들어보자.


*제품 요약 : 유선형의 넥밴드와 세미커널 디자인을 조합한 블루투스 이어폰. 더 넓은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베이스 포트 설계로 웅장하고 넓은 저음 재생에 특화됐다. 단순히 저음 강조만 한 것이 아니라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튜닝된 중저음형 사운드. 3개의 사운드 모드로 취향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으며, 진동 알림 기능과 멀티포인트, apt-X 코덱 지원 등을 제공하면서도 가격 부담은 적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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