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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네임 NAC-N172 XS, NAP 200 DR, 프로악 리스폰스 D30
개인적 고정 관념 - 광학인가 디지털 파일인가

2017년 05월 23일


잠시 엉뚱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음악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노래와 연주를 녹음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녹음을 현재는 대부분 디지털 방식으로 하고 있으나, 오디오 애호가들이 아직도 진공관 오디오를 사용하는 것처럼 아날로그 테이프로 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음악가의 실제 퍼포먼스를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달리 말하면 ‘가장 아날로그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고해상도의 디지털 녹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디지털 기반의 녹음과 감상 과정 안에는 많은 변수가 잠복해 있습니다.


저는 처음 PC 기반의 오디오를 접했을 때 외장 DAC와 DDC 등을 USB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알고 보니 고해상도의 소리 신호를 전송하기 위한 규격으로 USB를 사용하는 것이더군요. (384kHz 이상 또는 DoP의 DSD 재생) 옵티컬 연결은 96kHz / 24bit 까지를 기본 규격으로 하고 있어서(대부분의 디지털 레코딩에서 그렇게 하듯) 192kHz / 24bit 파일을 구입한 후 옵티컬 연결로 감상하려다 낭패 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192/24까지 지원하는 광 케이블을 찾아야 합니다!) 헤드폰 기반으로 음악 감상을 해온 제 경험을 말씀드린다면, 60cm 기준에서 5만원짜리 USB 케이블로 USB 연결을 한 상태보다 4만원짜리 광 케이블로 옵티컬 연결을 했을 때의 소리가 훨씬 깨끗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헤드폰 시스템도 거치형 CD 플레이어와 외장 DAC를 옵티컬 연결하고 별도의 거치형 헤드폰 앰프를 아날로그(RCA) 연결해서 감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애플 맥 미니와 USB 연결해서 감상하는 것보다 음이 투명하게 느껴져서 그렇습니다.


이것은 재생기를 보는 관점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광학 기반으로 재생하는 CD 플레이어와 디지털 파일을 그대로 재생하는 재생기에 대해 오디오 애호가들의 기준이 나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론적으로 보면 디지털 신호를 광학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디지털 신호를 하드 디스크나 플래시 메모리로부터 데이터로 받아들이는가의 차이일 터인데... 저에게는 아직도 광학 기반의 사운드(?)가 더 깨끗하다는 고정 관념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 제가 접하게 된 시스템의 재생기는 제 고정 관념을 어느 정도 희석해주었습니다. 마치 필름을 이미지 센서로 교체한 디지털 카메라처럼(비유가 이렇다는 뜻입니다), 광학 기반에서 벗어나 고해상도 디지털 파일을 그대로 재생하는 디지털 파일 기반의 네트워크 오디오가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시스템 구성]
스트리밍 프리앰프 및 파워앰프 : 네임(Naim) NAC-N172 XS + NAP 200 DR (약 729만원)
스피커 : 프로악(ProAc) 리스폰스 D30 (약 800만원)
스피커 케이블 : 인어쿠스틱(Inakustik) 레퍼런스 LS-502 (1미터 당 3만원 정도)

이 제품으로 뮤직 서버로부터 고해상도 파일을 스트리밍 재생하거나 제가 가져온 USB 메모리에서 고해상도 파일을 재생하게 됩니다. 또한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프리앰프 역할을 하므로 ‘스트리밍 프리앰프’라고 부릅니다. 제품명은 네임의 NAC-N172 XS라고 합니다. 또한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프리앰프 역할을 하므로 ‘스트리밍 프리앰프’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네임의 파워앰프 NAP 200 DR을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스피커는 프로악의 리스폰스(Response) 라인업에서 상위에 속하는 D30입니다. 이 세트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홈 오디오를 갖추고자 하는 분들에게 선택 받는 ‘편의성과 하이파이 사운드의 조합’이라고 하겠습니다. 스피커를 프로악 제품으로 했다는 시점에서 이번 시스템은 ‘집에서 편안히 듣는 용도’에 맞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NAS 하나 사서 디지털 음악 파일을 담아두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앱으로 편리하게 음악을 브라우징하며 재생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소리도 부드럽고 편안하니 어렵지 않게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NAC-N172 XS는 다양한 디지털 입력이 가능하며 그만큼 출력단도 여러 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모두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제품 소개서를 보시거나 매장에서 직원분의 설명을 들으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시스템을 두 가지 방법으로 감상해보았습니다. 첫째는 매장에 설치된 뮤직 서버에서 uPnP 연결로 CD 해상도 파일을 스트리밍 재생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제가 가져온 USB 메모리를 통해 CD 해상도 WAV 파일과 96kHz / 24 bit FLAC 파일을 재생합니다. 네임 앱이 설치된 아이패드 미니가 있어서 소파에 앉아 편리하게 음악을 선택하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네임 앱에서는 다수의 네임 네트워크 오디오를 선택할 수 있으며, 특정 기기 사용 중에 입력 전환도 가능합니다. 사실상 기기 앞에 가서 버튼 누를 일이 없게 되지요.


이번에는 대형 청음실이 보수 중인 관계로 작은 청음실에서 감상을 했습니다. 공간이 좁아졌으므로 dB 측정 앱을 통해 볼륨 70dB 이하로 조절합니다. NAC-N172 XS의 볼륨 레벨은 25~30으로 맞춘 상태입니다. 작은 공간에서 대형 톨보이 스피커를 구동하는 것이니 볼륨을 줄여도 저음이 붕붕거리게 되는데요. 이 점도 감안하여 감상문을 작성해보았습니다.

귀를 편하게 해주는 고음과 듣기 좋은 간접음

벌써 몇 대의 프로악 스피커를 감상해보았습니다만 역시 리스폰스 시리즈들은 귀가 편안합니다. 고음의 자극이 적게 되어 있습니다. 잔향이 많고 귀를 편안하게 만드는 고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이 가늘게 되어 있으며 한 명의 청취자에게 집중되기보다는 공간 전체로 넓게 뿌려주는 방식의 고음으로 보입니다. 혼자 스위트 스팟을 잡고 집중적으로 들어도 좋지만, 2명 이상이 하나의 소파에 앉아서 들어도 비교적 균등한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또한 배경 음악으로 틀어두고 실내를 돌아다니며 듣기에도 좋습니다. (살짝 우습기도 하지만 청음실 안을 뚤레뚤레 걸어다니며 감상해봤습니다.) 이런 스피커를 보통 ‘간접음이 좋은 스피커’라고 하더군요.


스피커의 고음 착색을 중화하는 네임 오디오

이번 시스템의 고.중음은 깨끗하고 저음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저음이 부풀어올라서 고.중음을 가리는 현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음의 영역을 고음, 중음, 저음이 아니라 고.중음과 저음으로 나누는 느낌인데 이 분리가 명확합니다. 그래서 저음이 둥둥거리는 와중에도 깨끗한 고.중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D30의 트위터에서는 약간 달콤하게 착색된 고음이 나오는 듯 한데, 네임 소스 쪽에서 이것을 중화하는 느낌도 듭니다. 고음의 착색을 연하게 남기는 정도로 조절해준다고 할까요. 이번 시스템 전체의 음색은 거의 중립이거나 아주 조금 밝은 쪽으로 잡힌 듯 합니다.



민감한 부분은 다듬고 디테일은 살리는 고음

고음에서 의도적으로 강조된 부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귀에 직접적 자극을 주는 ‘낮은 고음 영역(높은 중음이라고 해도 됨)’을 일부 낮춘 후 고음의 선명도와 음악 속의 현장감을 보강하는 초고음 영역을 조금씩만 골라서 배정한 모양입니다. 초고음을 강조한 게 아니라 ‘유지’했다는 뜻입니다. 고음 중에서 사람의 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영역을 매끈하게 다듬었으나 음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영역은 남겨두었습니다. 이 때문에 고음 강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리 전체가 깨끗하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웅장한 규모를 표현할 수 있는 스피커

청음실 면적이 약간 좁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D30은 원래부터 저음이 울림이 증폭되도록 설계됐다고 예상합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강하게 나오면 스피커 전체가 진동하여 방의 공기를 흔들어 놓습니다. 바닥으로 깊이 깔리는 초저음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단, 초저음이 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오지는 않고 스피커의 중간 높이 정도로 떠있는 듯 합니다. 이것도 스피커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청취 환경의 영향이라고 봅니다. 웅장한 규모를 표현할 수 있는 스피커인데 그만큼 웅장한 실제 공간도 필요할 것입니다. 최소한 넓은 거실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깊고 묵직하게 누르는 저음

저음의 무게가 상당히 무겁게 잡혀 있습니다. 바닥부터 올라오는 저음이 아니라 전면을 향해 발사되어 청취자의 가슴팍을 꾸욱~ 누르는 저음이군요. 드럼 중에서도 베이스 드럼의 타격이 크게 강조됩니다. 빠르게 끊어서 치는 타격이 아니라 약간 느린 속도로 깊고 묵직하게 누르는 저음 타격입니다. 이것은 든든한 저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잘 맞을 것이며, 스테레오 오디오 감상 외에도 서브 우퍼 없이 영화를 볼 때 장점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반지의 제왕 1편에서 사우론이 죽을 때의 충격파가 화면에서 퍼져나가면 그 초저음의 진동이 서브 우퍼가 아닌 D30의 우퍼 유닛에서 발사된다는 뜻입니다.

뚜렷한 초점,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 생성

좌우 채널의 초점이 뚜렷하게 잡힙니다. 완벽한 초점의 값을 0으로 본다면 0.1 ~ 0.3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좌우 스피커 사이에 악기의 이미지가 선명히 그려질 정도까지 도달합니다. 음반의 레코딩 방향에 따라 다르지만, 보컬이 중앙에 잡히도록 녹음된 음반이라면 이번 시스템에서도 스피커 가운데에 있는 가수를 연상할 수 있습니다. 공연 실황의 녹음이라면 대부분의 요소가 제 위치에 놓이며, 어느 방향에 현재 연주 중인 악기가 있는지 가리킬 수 있을 정도까지는 되었습니다.


음악을 명확하고도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한 조합

이번 시스템은 살짝 늘어진, 질감을 더욱 부드럽게 주물러놓은 듯한 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주었습니다. 휴식에 이만큼 좋은 소리도 드물 것입니다. 반대로 시원하고 짜릿한 경험을 해보겠다면 다른 조합의 시스템이 낫겠습니다. 빠르고 간결하게 마무리하는 성향과는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네임 소스를 연결해놓았지만 D30의 소리 성향이 그냥 진공관 앰프 같습니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배우는 입장에 있지만, 제가 지금까지 감상을 하면서 오디오 기기 조합에 대해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요. 같은 특성의 기기를 조합하는 것보다는 다른 특성 또는 서로 반대되는 특성을 조합할 때 더욱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네임의 음색에 대해서는 ‘밝다’와 ‘중립적이다’라는 의견이 많은 듯 한데, 제 생각으로는 네임 소스 기기들은 스피커와 조합할 때 스피커의 밝거나 어두운 색채를 중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소리에 지나친 긴장감을 더하거나 너무 물렁하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그저 알맞은 탄력만 보완해주는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시스템은 대단히 여유롭고 포근한 저음과 섬세하고 자극이 적으나 약간 달콤하게 착색된 고음을 지닌 프로악 스피커를 네임 소스 기기들이 합세하여 더욱 중립에 가까운 음색과 더 강한 탄력을 더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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