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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슬릭 오디오(Sleek Audio) CT6
커스텀 이어폰의 핏을 확인하는 방법

2017년 02월 20일


음악을 만들거나 연주,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볼 일도 쓸 일도 없었던 커스텀 이어폰(커스텀 인이어 모니터)이지만, 이제는 휴대 음향을 즐기는 매니아 영역에서도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커스텀 이어폰을 장만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커스텀 이어폰은 개인의 귀 모양을 그대로 본떠서 하우징(쉘)을 만들고 그 속에 아주 작은 스피커(일반적으로 다수의 밸런스드 아머처 유닛을 사용)를 담은 제품입니다. 이렇게 나를 위한 이어폰 하나를 만들면 기본적으로 높은 해상도의 소리를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귀 모양에 정확히 맞춰진 하우징과 노즐로 인해 매우 높은 소음 차단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음향 매니아가 아니어도 동경하는 가수를 위해 높은 비용을 부담하여 인이어를 선물하는 열성 팬도 있더군요. 어느 쪽이든 커스텀 이어폰은 '개인에게 최적화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겪은 내용을 토대로 커스텀 이어폰의 핏(Fit)을 확인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쉽게 말해서, 커스텀 이어폰은 커널형 이어폰들처럼 이어팁을 쓰지 않고 하우징을 그대로 귀 속에 넣는 제품이므로 '유저의 귀 모양에 얼마나 정확히 맞느냐'가 제품의 생명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몇 개 되지 않는 커스텀 이어폰 제조사들은 같은 귓본을 가지고도 서로 조금씩 다른 핏을 만들기 때문에 자신의 귀에 딱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단, 핏이 잘 맞을 확률은 제법 높은 편입니다. 커스텀 이어폰 유저 여러분의 후기를 살펴보면 짐작하건대 80% 정도가 되는 듯 합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오렌지색의 물체는 저의 첫 커스텀 이어폰입니다. 현재는 국내 수입이 되지 않는 미국의 슬릭 오디오(Sleek Audio) 제품인데요. 채널당 1개의 BA 유닛을 사용하는 비교적 저렴한 품목입니다. (약 60만원) 당시 슬릭 오디오의 SA6라는 커널형 이어폰의 소리가 대단히 마음에 들어서 커스텀 이어폰으로 주문했는데, 이상하게도 SA6보다 CT6의 소리가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착용을 오래 해도 귀가 아프지 않아서 핏의 문제는 없나 보다~하고 넘어갔습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며 웨스톤 ES60을 장만한 후에야 CT6의 핏이 틀렸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 경험에서 커스텀 이어폰의 핏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알아보게 됐지요.

"예전에 찍어둔 SA6의 사진입니다. 필터와 베이스 포트 교체를 통해 소리를 변경할 수 있는 이어폰이었습니다."

커스텀 이어폰의 쉘 형태는 대략 '귓바퀴 안쪽(콘차)을 채우는 부분'과 '귓구멍 속(외이도, 이어커널)을 채우는 부분'으로 나뉩니다. 콘차 부분의 핏이 틀렸다면 착용했을 때 10분만 지나도 귓바퀴가 아파올 것입니다. 외이도 부분의 핏이 틀렸다면 착용은 편안히 되지만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고.중음이 거칠고 저음 울림이 약해지며 소음 차단 효과도 줄어듭니다. (*커스텀 이어폰을 착용하면 주변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음악을 틀면 사람 목소리도 들을 수 없어요.)

저의 CT6는 콘차 부분의 핏이 잘 맞았으나 외이도 부분의 핏이 틀렸습니다. 아래 사진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이 너무 가늘어서 소리 전달이 정확히 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우징 바깥쪽을 꾹 눌러서 밀착시키면 그제서야 좋은 소리가 들리면서 소음 차단이 되더군요.


커스텀 이어폰이 도착하면 2주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칩니다. 이것은 핏의 확인보다는 귓바퀴 안쪽 가득히 뭔가를 채운다는 것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과정입니다. 생애 최초로 안경을 쓰게 됐을 때, 안경을 오래 착용할 수 있도록 적응해보는 경험과도 비슷합니다. 핏의 확인은 자신의 귀가 부어있지 않았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침에 막 깨어났을 때에는 완전히 똑바른 자세로 자는 사람이 아닌 한, 한 쪽 귀가 조금 더 부어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오후나 저녁 즈음에 커스텀 이어폰을 귀에 제대로 끼운 후 음악을 들어보면서 두 가지를 확인합시다.

1) 저음이 든든하게 들리는가?
: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100Hz 위쪽의 높은 저음과 100Hz 아래쪽의 초저음이 모두 느껴지는지 확인해봅시다. 고막을 직접 때리는 저음 펀치와 진동처럼 울리는 초저음이 모두 전달된다면 십중팔구 핏이 맞춰진 것입니다.

2) 고.중음의 질감이 거칠게 느껴지는가?
: 대부분의 BA 인이어 모니터들은 고음이 선명하고 질감이 매끄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고음의 강조 또는 음색의 밝고 어두움과 관계없이, 고.중음의 밀도가 낮고 질감이 거칠게 느껴진다면 핏이 틀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 다음에는 이렇게 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손가락 끝으로 이어폰 바깥쪽을 꾹 눌러보세요.

1) 이어폰 하우징을 눌러서 귀에 밀착하는 순간 고.중음의 질감이 매끄러워지고 저음의 양이 크게 늘어난다면 핏이 틀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2) 눌러서 밀착했을 때의 소리와 그냥 착용하고 있을 때의 소리가 별로 다르지 않다면 핏이 맞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인해도 잘 모르겠다면, 최후의 방법이 있습니다. 혹시 집에 자잘한 이어폰이 많다면 '가장 작은 사이즈의 실리콘 이어팁'을 찾아 봅시다. 다른 이어폰이 없다면 밖으로 나가서 문구점이나 서점 진열대에 있는 1만원짜리 커널형 이어폰을 사옵니다. 그런 이어폰의 경우 구성 품목에 XS 사이즈의 아주 작은 실리콘 이어팁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없는 경우도 있으니 되도록 구성품 확인을 한 후 구입할 것) 아래 사진의 이어팁 중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를 골라냅니다.



위의 사진에서 왼쪽이 M 또는 L 사이즈의 이어팁이고, 오른쪽이 XS 사이즈입니다. 이렇게 가장 작은 크기의 실리콘 이어팁 한 쌍을 확보한 후 커스텀 이어폰의 노즐 부분에 끼웁니다. 노즐이 굵어서 이어팁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어팁 안쪽 기둥 부분을 잘라내어 얇게 만들면 됩니다. 아래 사진처럼 이어팁을 뒤집은 후 기둥 부분을 커터로 잘라줍시다.



노즐 끝 부분이 아닌 '노즐 뒤쪽 부분'까지 밀어서 끼워야 합니다. (아래 사진) 노즐 끝 부분에 이어팁을 끼워두면 외이도 입구의 압박이 심해져서 오래 착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귀와 이어폰 하우징이 닿는 면적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이어팁을 노즐 뒤쪽으로 끼우는 편이 훨씬 좋을 것입니다.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외이도 부분의 핏을 제대로 맞출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서야 CT6의 원래 소리를 감상하고 있으며, 생활 속에서 소음을 확실하게 차단하며 편하게 듣는 목적으로 만족스럽게 쓰는 중입니다.


이렇게 실리콘 이어팁을 더해서 착용했을 때, 그냥 착용했을 때보다 훨씬 선명한 고.중음과 든든한 저음이 들린다면 핏이 틀린 것입니다. 이런 경우 보통은 구매처에 리핏을 요청해서 하우징을 다시 제작하게 되지만, 저처럼 제품의 보증 기간이 한참 지난 상태에서 핏이 틀렸음을 깨달았다면 실리콘 이어팁의 추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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