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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필립스 SHB5250
세미커널형 디자인의 올라운드 블루투스 이어폰

2017년 01월 25일


음악 감상용 블루투스 이어폰의 대중화는 이미 진행 중이었지만, 애플 아이폰 7의 헤드폰잭 제거가 대중화의 속도에 불을 붙인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아이폰 7 제트 블랙을 구입하면서 무선 이어폰을 찾아 다니게 됐는데요. 아직 오디오 애호가 전용의 고급형 블루투스 이어폰은 찾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하지만! 10만원 미만의 '쓸 만한 블투 이어폰'은 상당히 많습니다. 디자인도 예쁘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7~8시간은 되며 소리도 제법 들을 만한, 그런 블루투스 이어폰이 꽤 많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대륙에서 몰려오는 3만원 미만의 스테레오 블루투스 이어폰도 많이 있습니다. 생활에서 그냥 편하게 쓰고 싶어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는 경우 저렴한 중국 제품을 고르는 분도 많은 듯 합니다.

오늘 저는 그러한 선택 중에서 중국 제품보다 훌륭하고, 고급 제품 못지 않게 만족스러운 것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5~6만원대의 가격에서 배터리 사용이 4.5시간이며, 귀에 가볍게 끼울 수 있는 세미커널형 디자인이면서 소리가 무척 좋은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제품이 필립스에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필립스 이어폰 중에서 가격 부담이 적고 성능과 실용성이 뛰어난 물건이 꽤 많더군요. (하도 큰 회사라서 아이템의 숫자가 방대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필립스의 SHB5250이라는 음악 감상용 블루투스 이어폰입니다. 마치 애플 이어팟 같은 디자인과 구조를 지닌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근래 들어 이렇게 가격대 성능비가 좋으면서 사실상 단점을 찾을 수가 없는 완소템(완전 소중 아이템)은 참으로 오랜만에 봅니다. 2주의 필드 테스트를 거치면서 제가 경험한 SHB5250의 좋은 점을 서술해보겠습니다.


좋은 점만 소개한다니, 단점은 정말 없는 것인가? - 이렇게 생각하실 텐데요. 시작부터 단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뻔합니다. 제품의 생김새를 보세요. 오픈형 이어폰(이어버드)의 스피커 앞쪽에 방독면처럼 생긴 웨이브 가이드 구조를 만들어서 소리를 귓구멍으로 모아주는 세미커널형 디자인입니다. 노즐을 탑재하고 이어팁을 끼우는 세미커널형 이어폰도 있지만 어쨌든 분류를 위해서 그렇게 언급해둡니다. 사람들은 각자 귀 모양이 모두 다른데, 어떤 사람은 귓바퀴 모양이 밋밋해서 오픈형 이어폰을 착용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제대로 끼워보려고 해도 흘러내리거든요. 진짜 운이 없는 분은 뭘 어떻게 해도 오픈형 이어폰 착용이 안 됩니다.

SHB5250도 그런 모양새라서 오픈형 이어폰을 쓸 수 없는 분에게는 그림의 떡과도 같겠습니다. 그래도 이 제품을 꼭 써보고 싶다면 타 이어폰용으로 나온 실리콘 이어쿠션이나 실리콘 커버를 구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어폰 하우징 부분을 두텁게 만들거나 작은 이어훅 같은 것을 더하는 것인데요. 또한 오픈형 이어폰용 솜을 씌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극소수의 유저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고, 대부분은 귀에 단단히 끼워질 것입니다. 세미커널형이라 소음 차단이 되지 않지만, 애초부터 소음 차단을 원한다면 커널형 이어폰을 골라야겠지요. SHB5250은 주변 소음을 알맞게 감지하면서 음악을 듣는 용도의 이어폰입니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오픈형 이어폰에 가까운 구조라서 소리의 개방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제품 디자인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좌우 이어폰 유닛을 케이블 하나로 연결한 블루투스 이어폰'입니다. 단, 이어폰 하우징 쪽에는 회로나 배터리를 넣지 않았으며 케이블 왼쪽의 3버튼 리모트에 회로를 넣고 배터리를 뒤쪽으로 빼내어 유저의 목에 걸치도록 만들었습니다. 케이블 길이는 직접 줄자로 재어보니 리모트와 배터리를 포함하여 56cm가 나왔습니다. 제가 현재까지 사용해온 블루투스 이어폰들의 평균을 내어본다면, 너무 길지도 않고 너무 짧지도 않은 길이는 60cm 정도가 제일 좋은 듯 합니다. SHB5250도 그 정도의 케이블 길이를 맞췄군요. 이어폰 케이블과 연결되는 스템(기둥) 부분까지 포함하면 60cm가 됩니다.



제품 색상은 검은색, 흰색, 밝은 하늘색으로 세 가지입니다. 여기까지만 사진을 봐도 이 물건이 제법 예쁘다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이어폰의 하우징 구조는 애플 이어팟과 닮았지만 마치 금속 톱니바퀴 같은 은색 데코레이션과 외이도 입구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노즐 형태가 다릅니다. 세 가지 색상 모두 예쁜 광택이 흐르는 유광 처리가 되어 있으며 어떤 옷차림이든 잘 어울리는 인상입니다. 보통은 검은색이나 흰색을 고르겠지만 SHB5250을 스포츠 활동에 쓰거나 화려한 코디를 즐기는 분이라면 눈에 확 띄는 하늘색을 골라도 좋겠습니다.



착용 모델(?)을 구할 수가 없어서 SHB5250을 착용한 모습을 대충 그려보았습니다. 여러분 각자의 귀 모양에 따라 착용하시되, 이어폰 하우징이 귀 속에 가득 찬다는 느낌이 들도록 착용해야 합니다. 이 제품은 소리에서 저음이 상당히 강한 편이며, 헐렁하게 착용하면 저음이 약해지고 고.중음이 거칠게 들릴 것입니다. 착용했을 때 둥둥~하고 저음 울림이 느껴져야 정상이라는 뜻입니다. 저의 경우는 위의 그림처럼 스템 부분을 앞쪽으로 올려서 착용하자 단단히 고정되었고 소리도 제대로 전달되었습니다.


SHB5250의 국내 가격은 6.9만원이며 인터넷 최저가는 더욱 낮게 잡혀 있습니다. 제품을 빌려준 수입사에 문의를 해보니 SHB5250은 세계적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는 '대박' 아이템이라고 하는군요. 제품 패키징이나 구성품을 보면 서점이나 마트의 가판대에서 그냥 집어 들고 구입하는 중저가형 블루투스 이어폰 같은데, 실제로 사용을 해보면 어지간한 10~20만원대 블루투스 이어폰과 겨뤄도 될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합니다. 단,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만큼 기능은 음악 감상과 음성 통화만 갖추고 있으며 구성품은 충전용 케이블 하나가 전부입니다. 캐링 파우치가 없어서 아쉬워하는 분도 있을 터인데 SHB5250은 일명 '막 굴리는 블투 이어폰'이라고 봅니다. 케이블만 둘둘 말아서 옷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아무런 부담이 없어요. 플랫 케이블을 사용하는데 이게 은근히 튼튼하고 리모트와 배터리가 모두 가벼워서 휴대하는 동안에도 존재감이 없습니다.



충전 케이블은 마이크로 USB 커넥터를 사용하며 이어폰 본체 색상과 깔맞춤이 되어 있습니다. 이 케이블로 PC의 USB 포트에 연결해서 충전해도 금방 완충됩니다.


리모트와 배터리 파트를 가까이 살펴봅시다. 튀는 것 없이 잘 만들어 놓았지요? 리모트의 버튼 3개도 큼직하고 누르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위 아래로 튀어나온 버튼이 볼륨 조정과 곡 넘기기를 하며, 중앙의 푹 들어간 버튼이 전원 켜고 끄기와 전화 받기를 합니다. 블루투스 4.1 버전(HSP, HFP, A2DP, AVRCP)이며 배터리 용량은 120mAh라고 합니다. 배터리 무게가 2.5g에 불과해서 목 뒤로 두는 배터리 파트의 무게도 아주 가볍습니다. 기기 호환성도 좋은데, 볼륨 조정을 포함한 리모트의 기능이 애플 아이폰 7, LG V20, 소니 엑스페리아 C3 스마트폰 모두에서 동작했습니다. 기기 두 대에서 동시 연결을 유지하는 멀티 포인트는 지원하지 않으니 참조 바랍니다.


전원을 켜거나 배터리 충전을 시작하면 배터리 파트 한 쪽에서 흰색 LED가 켜집니다. 위 사진에서 우측 끝 부분에 있는 흰색이 그겁니다. 찾기는 어렵지만 상태 확인의 역할은 명확히 해주고 있습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4.5 시간이라서 짧다고 느끼실 텐데 그만큼 배터리 충전이 빠릅니다. 음악을 아주 오래 듣는 분이 아니라면 2~3일에 한 번씩 충전해주거나 휴대용 보조 배터리로 즉시 충전하여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충전 케이블도 짧고 가벼우니 이어폰과 함께 휴대하고 다닐 수 있지요. 참고로 음성 통화 시간도 4.5시간이며 대기 시간은 55시간이라고 합니다. 깜빡하고 이어폰 전원을 켜둔 상태로 두었다 해도 일정 시간 후에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도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하드코어 타입의 오디오 전용이 아니라 '생활 용품'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고급형 유선 이어폰보다도 갖춰야 할 조건이 많습니다. SHB5250이 좋은 이유는 다이내믹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기본으로 갖추되 생활 속의 여러 면에서 편리하고 부담이 없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 항목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무게가 가볍습니다. 이어폰의 총 무게를 저울로 재어보니 11~12g이 나오더군요. 리모트와 배터리 파트를 포함해서 그 정도라는 겁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블루투스 이어폰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케이블이 한 쪽으로 쏠리기 마련인데, SHB5250은 무게가 너무나 가벼워서 그 쏠림이 덜합니다. 또, 배터리 파트를 분리해서 목 뒤로 놓은 점은 아주 영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셔츠에 칼라가 있든 없든 배터리 파트가 목 뒤에 걸리면서 케이블의 좌우 쏠림을 줄여주거든요. 혹시 케이블이 한 쪽으로 쏠렸다면 배터리 파트를 손으로 잡아서 들어올려주면 바로 교정됩니다.

둘째, 착용감이 편안합니다. 커널형 이어폰은 이어팁을 귓구멍에 끼우면서 소음 차단을 하지만 그만큼 갑갑하고 압박감도 만듭니다. 그래서 오픈형 이어폰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SHB5250의 동그랗고 표면이 매끈한 세미커널형 하우징은 귓바퀴 안쪽에 부드럽게 안착됩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다 되도록 착용하고 있어도 압박감이 없을 정도로 편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애플 이어팟을 착용하고 조깅을 해도 이어폰이 귀에서 빠지지 않는다면 SHB5250을 운동용으로 쓰셔도 됩니다.

셋째, 사용이 편리합니다. 스마트폰이나 블루투스 지원 기기에 연결할 때는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과 마찬가지로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서 페어링하면 됩니다. SHB5250은 조금 더 길게 눌러줘야 하는데(4초) 일단 연결이 되고 나면 이어폰 전원만 켜도 빠르게 재연결이 되며 리모트의 버튼도 잘 동작합니다. 아, 그리고 리모트 부분도 가볍기 때문에 버튼을 누를 때 이어폰이 움직이거나 빠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배터리가 20% 정도까지 떨어졌다면 리모트에 USB 케이블을 끼워서 충전하면 되고요. 2~3회 정도 음성 통화도 해보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넷째, 부담이 없습니다. 금속 하우징을 쓰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보관할 때 아무래도 하우징에 흠집이 날까봐 걱정할 때가 있습니다. 전용 충전기를 쓰는 제품은 충전기를 분실할까봐 걱정되고, 커널형 디자인의 제품은 이어팁을 분실할까봐 걱정하곤 합니다. 그러나 SHB5250은 유광 코팅의 플라스틱 하우징을 쓰며 흠집이 생겨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충전은 일반 휴대폰용 충전 케이블로 해도 되고, 이어팁을 쓰지 않는 디자인이니 이어폰을 주머니 속에 구겨넣고 다녀도 이어팁 분실할 일이 없지요. 그리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이 또한 심적 부담을 덜어준다고 하겠습니다. 착용이 가능하고 소리가 마음에 든다면 이 제품을 두 개씩 구입하는 분도 분명히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예: 하나는 생활용, 다른 하나는 운동용)


SHB5250의 사용 장면은 너무나도 간결합니다. 이렇게 애플워치에 바로 페어링해서 아이폰 없이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애플워치에 2GB까지 음악을 저장하고 자체 재생할 수 있음)



몽블랑 케이스를 씌운 아이폰 7 제트 블랙과 SHB5250 검은색은 완벽한 디자인 조화와 사용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애플에서 검은색 아이폰의 번들로 이런 디자인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용케도 애플 에어팟(AirPods)을 구입했으나, 더욱 부담없이 생활 속에서 쓰는 용도로 SHB5250 검은색을 구입할 것입니다. 만원짜리 몇 장이면 살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인데 아이폰 7 제트 블랙과 정말 잘 어울리네요.


제가 이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필립스 미국 홈페이지를 찾아봤는데, SHB5250이 폰과 연동되지 않는다며 낮은 별점을 매긴 유저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소리 좋고 편리하다는 칭찬을 함) 아마도 오래 전 스마트폰들의 OS 업데이트가 될 때 호환성 문제가 있었던 모양인데요. 제가 사용하는 스마트폰들과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페어링되었고 리모트 버튼도 잘 동작했습니다. 현재 국내 수입되는 제품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SOUND


예전에 다른 회사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리뷰할 때도 발견한 점인데, 블루투스 이어폰의 볼륨 단계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꼭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륨이 15단계로 나뉜다면 3~4단계 이상에서는 볼륨 차이가 크지 않은데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리는 순간 소리가 많이 커지는 현상입니다. SHB5250도 아이폰에 연결하면 볼륨 2에서 3으로 올라가는 순간 소리가 확 커지는데요. 대부분의 유저 여러분은 볼륨 3에서부터 '들을 만한 볼륨'이라고 여길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처럼 정밀한 볼륨 조절을 원하는 경우가 아니고, 실외에서 주로 사용한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제작하는 회사들이 볼륨 레벨의 폭을 일정하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SHB5250은 소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색을 지향합니다. 고음이 자극적이지 않으며 중음부터 초저음까지 완만하게 상승하는 형태의 소리입니다. 조용한 실내에서 들으면 저음이 꽤 강하게 느껴지고, 소란스러운 실외에서 들으면 고.중.저음의 균형이 잘 맞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선명하고 샤프한 맛이 있는 고음을 원한다면 다른 이어폰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SHB5250은 기본적으로 중저음이 아주 두텁게 느껴지는 이어폰이며 고음은 낮은 고음 영역만 알맞게 살려놓은 느낌을 줍니다. 드럼의 심벌즈 소리를 들으면 챙~하는 울림은 시원하게 느껴지는데 츠~하고 남는 초고음의 존재는 약한 편입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 제품은 깐깐한 오디오 애호가의 귀를 위한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닙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부담없이 즐기되, 든든한 저음 타격으로 박진감을 살리고, 귀에 가깝게 들리는 중음으로 보컬을 진하게 맛보는 이어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 제품의 볼륨 단계가 2단계에서 3단계로 갈 때 갑자기 커진다고 했는데, 이것은 적당히 작은 소리로 맞춰서 듣기가 어렵다는 것이며 소리 품질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SHB5250은 다른 면에서 많은 분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입니다. 바로 '체감 출력'입니다. 모든 음악 감상용 블루투스 이어폰들은 앰프가 내장된 액티브 스피커와 같습니다. 이런 제품을 제작자가 튜닝할 때는 배터리의 용적에 맞춰서 스피커가 소비하는 전력을 조절하되 듣기에 가장 좋은 소리가 나오는 지점을 맞춰야 합니다. 능률이 좋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이런 점으로 판단해볼 때, SHB5250은 높은 출력을 기본으로 갖추는 '굵은 소리의 블루투스 이어폰'에 속합니다. 고급형 유선 이어폰 쓰는 분들은 출력 높은(Gain이 높게 잡힌) 헤드폰 앰프에 이어폰을 처음 연결한 순간의 굵고 강한 소리에 놀라보셨을 것입니다. SHB5250의 소리는 해상도가 매우 높지는 않으나 체감되는 출력이 아주 든든합니다. 미니 기기 초창기로 돌아가서, 저는 당시 가격이 2만원에 불과했던 젠하이저 MX400을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여 들었을 때 당시 가격이 8만원을 넘었던 소니 MDR-E888보다도 크게 만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이 가늘고 정밀한 소리도 좋지만, 선이 굵고 강력한 소리는 음악 감상의 화끈함(?)을 제공해서 더욱 즐겁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SHB5250의 볼륨을 3단계 이상으로만 올려도 음압이 꽤 높아서 청각이 빠르게 지칠 수 있다는 겁니다. 소음 차단이 되지 않는 오픈형 이어폰을 실외에서 사용하면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이유로 볼륨을 많이 올리게 되는데 이것을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주변 소음에 섞여서 잘 안 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뿐 실제로는 높은 볼륨 때문에 청각이 강하게 압박을 받아서 귀 나빠지기 딱 좋습니다. SHB5250도 유사하니 주변의 소리와 적당히 섞어서 듣는다는 기분으로 볼륨을 낮춰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아이팟 나노 7, 8 세대에 페어링해서 감상해도 SHB5250의 굵고 강한 소리는 여전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하나의 특징을 강조하겠습니다. 이 물건이 내는 저음은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중음이 제법 앞으로 나오는 편이라서 저음이 크게 울리면 소리가 둔탁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더군요. 고음의 비중이 낮을 뿐 SHB5250의 중음과 저음은 각자의 높은 비중을 가지고 청취자의 귀 속으로 깊게 파고듭니다. 저음은 심장 박동 같은 둥둥거림을 내는 100Hz 주변 영역을 강조한 모양인데 그 이하의 초저음 영역도 생각보다 손실없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제품 구조 상 이어폰 하우징이 귀에 잘 밀착되어야 초저음 전달을 받을 수 있지만, 귀 모양이 독특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아주 낮은 영역부터 쿵쾅거리는 저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착용할 때 스템을 얼굴 앞쪽으로 올려보세요!) 실제로 필립스가 공개한 이 제품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8 ~ 24,000Hz로, 저음 재생에 더욱 최적화된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썼다고 암시하는 듯 합니다.

SHB5250의 저음은 그 울림의 끝이 약간 부드럽게 풀려 있는데 고막을 누르는 힘은 강합니다. 또한, 저음의 위치가 고.중음보다 약간 뒤쪽으로 물러나 있어서 음악의 배경을 형성해줍니다. 소리를 흐리지 않도록 잘 배치된 서브 우퍼 같다고 할까요? 감성적으로 해석한다면 왠지 포근하고 편안한 감촉을 내는 저음인데, 강하고 깊게 때리는 펀치를 확실하게 묘사합니다. 그래서 베이스 드럼이나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더욱 크고 두텁게 들리는 모양입니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을 들으면 저음 비트가 더욱 강력해져서 둠칫둠칫하는 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아주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으면 저음의 응답 속도가 조금 느리게 느껴지는데 그만큼 저음의 울림 다음에 남는 잔향이 좋아서 귀가 즐겁습니다.


이 제품의 소리가 대중적인 음악에 잘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풍만한 저음과 더불어 중음의 선이 무척 굵고 귀에 가깝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중음의 질감이 비단결처럼 매끈하게 되어 있지는 않지만 마치 빈티지 풀레인지 스피커의 느낌처럼 사람 목소리의 감정을 거칠고도 생동감 있게 묘사합니다. 제가 SHB5250의 소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높은 체감 출력'과 더불어 특유의 '진하고 풍성한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을 돌파하는 고급 이어폰들의 복합적인 사운드 튜닝과는 별개로, SHB5250의 소리는 해상도나 빠른 응답 속도 등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인간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제품을 접하면서 마치 동네의 오래된 맛집을 발견한 것 같은 행복을 경험했습니다. 음식 값은 너무 싼데 그 맛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찾을 수가 없는 특별함 - 이런 경험이라고 할까요. 물론, 이런 맛집의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도 모두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Summary for ‘Philips SHB5250’

1) 귀를 꽉 막는 커널형 이어폰이 갑갑한 사람에게 요긴한 세미커널형 이어폰. 오픈형에 가깝지만 착용이 더 편하고 소리가 귀 속으로 더 잘 전달되는 웨이브 가이드 디자인을 사용한다.

2) 이어폰 관리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기본 기능을 충실히 제공하는 음악 감상용 블루투스 이어폰.

3) 주변 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듣기 때문에 거리를 걸을 때 더 안전하고 운동할 때에도 사용 가능. (방수 기능은 없음!)

4) 3버튼 리모트와 배터리 파트를 분리해서 케이블에 배치. 알맞은 무게 배분으로 케이블이 쉽게 쏠리지 않아서 편하다. 또한 이어폰 자체가 11~12g 정도로 대단히 가볍다.

5) 출력이 높고 중저음이 강력한 사운드. 고음과 저음이 많이 강조된 자극적 사운드가 아니라 중음을 가깝게 당기면서 저음의 든든하고 풍만한 울림을 전달한다. 오픈형이나 다름없는 구조인데 실외 감상에서도 저음이 잘 들려오는 제품.

6) 디자인이 예쁘고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며 연령도 가리지 않음. 하늘색은 캐주얼 코디를 즐기는 사람에게 권한다.

7) 애플 이어팟과 유사한 구조를 지녔는데, 귓바퀴 모양이 밋밋해서 오픈형 이어폰이 흘러내리는 사람은 착용이 어려울 것이다. 별도의 이어폰 솜이나 실리콘 커버를 씌우면 착용 가능하지만 어쨌든 이어팟이 귀에서 흘러내린다면 맞지 않을 듯.

8) 착용이 되고 소리 취향이 얼추 맞는다면 사실상 단점이 없는 훌륭한 가격대 성능비의 완전 소중 아이템이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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