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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케너턴 발리(Kennerton Vali)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올곧고 옹골진 소리

2017년 01월 02일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북유럽 신화는 묘하게 멋있어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연구 프로젝트 이름을 붙일 때 북유럽 신화 소재를 사용하면 그 프로젝트가 더 진지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런데... 북유럽 사람들이 북유럽 신화 신 이름을 사용하니 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마치 외국의 태권도 도장에 한국인이 도복을 입고 나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러시아 케너턴(Kennerton)의 하이엔드 헤드폰 이름이 그렇습니다. 전에 소개했던 플래너 마그네틱 헤드폰 오딘(Odin)에 이어서 오늘은 그 아들내미 이름을 붙인 발리(Vali)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헤드폰에 최고의 신 이름을 붙였으니, 그 바로 다음 헤드폰에는 최고의 신이 낳은 아들의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오딘과 발리는 디자인과 사운드의 공통점이 많습니다. 사실은 디자인과 사운드가 확실하게 다르지만 유전 인자가 동일하다고 하겠습니다. 둘 다 '완전 남자' 같은 헤드폰인데요. 예쁘거나 편안한 인상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중입니다. 사진에서 이미 느끼셨겠지만 굉장히 튼튼하고 기품 있는 외관을 보이며 소리도 대단히 직설적이고 힘차게 들립니다. 국내 수입 가격이 150만원으로 책정됐다는데 20일 정도 사용해본 저의 경험으로는 아주 좋은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소리의 품질이 놀랍고, 헤드폰의 구성 소재부터 케이블까지 모두 고급품으로 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발리는 진지한 오디오 전용의 풀 사이즈 오픈형 헤드폰이며 제품을 구입하면 묵직한 우드 케이스에 담겨서 옵니다. 여건 상 사진을 찍지는 않았으나 제품의 보관과 뽐내기에 큰 도움을 주는 고품질의 우드 케이스입니다. 그 안에는 헤드폰 본체와 케이블, 6.3mm 어댑터, 케너턴 멤버쉽 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오딘과 마찬가지로 발리도 러시아에서 수공업 방식으로 제조된다고 합니다. 생김새도 매우 단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손에 들어 살펴보고 머리에 써보시면 그 단단함과 옹골짐이 명확히 느껴질 것입니다. 고가의 헤드폰 중에서는 고급스러운 외관과 감촉을 지녔으나 연약한 제품이 제법 많은데(각별히 관리해주면 오래 쓸 수 있지만), 발리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몹시 강건한 헤드폰입니다. 한 번 구입하면 정말 오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역시나 무겁습니다. 제품 제작에서 플라스틱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무, 금속, 가죽으로 만들어진 헤드폰이며 케이블을 분리하고 본체의 무게를 재어 보니 약 540g 정도가 나왔습니다.




이 물건은 헤드밴드의 길이 조절 방식조차 기계의 향기를 물씬 풍깁니다. 요크 부분을 위아래로 움직인 후 금속 핸들을 돌려 나사를 조이는 방식으로 고정합니다. 이 때 이어컵의 각도를 함께 맞출 수 있으며, 한 번 조정하고 나면 다시 바꾸기가 번거로운 편이므로 처음 조정할 때 잘 맞춰줍시다. 헤드밴드가 머리에서 뜨지 않고 잘 밀착되며 착용한 모습을 거울로 보면 꽤 멋집니다. 독특한 디자인이지만 굉장히 화려하거나 튀는 디자인도 아닙니다. 마치 빈티지 샵에서 찾아낸 유니크 아이템 같다고 할까요. 또한 헤드밴드와 이어패드가 헤드폰의 무게를 골고루 분산시켜서 생각보다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미니 XLR 커넥터의 케이블이 포함됩니다. 길이는 약 2미터이며 오딘과 동일한 고급 커스텀 케이블입니다. 선재는 소련군(!)에서 사용하던 OFC라고 하는데 헤드폰의 소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혹시 타 브랜드의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하겠다면 조금 더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또, 촘촘하게 짜놓은 피복이 튼튼해 보이지만 3.5mm 플러그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후 설명하겠으나 발리는 능률이 무척 좋아서 휴대용 음향 기기에 바로 연결해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3.5mm 플러그를 기본 채용한 듯 한데, 피복이 뻣뻣하기 때문에 케이블의 플러그 부분이 꺾이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겠습니다.



케너턴 오딘은 80mm 플래너 마그네틱(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발리는 50mm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헤드폰입니다. 제품 설명서를 보니 이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피어리스 제품이라고 합니다. 진동판의 콘 부분을 초경량 복합 종이 소재로 만들었고 테두리는 멀티 레이어 필름인데, 이 구조는 하모닉스 발생을 크게 억제하는 특성이 있답니다. 진동판의 낮은 질량, 뛰어난 댐핑 효과, 높은 강도 등의 긍정적 특성이 있으며 테두리의 멀티 레이어 필름이 콘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만들어서 소리를 더 좋게 만듭니다. 발리의 소리를 오래 들어본 저의 판단으로는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이 제품의 비싼 가격이 ‘아주 좋은 값’이라고 언급한 이유도 이것입니다.


라우드 스피커를 만드는 것과 동일하게, 헤드폰의 구조 설계와 소재 선택은 소리 품질과 특색에 큰 영향을 줍니다. 발리의 하우징에 사용된 나무는 페루비안 월넛(Peruvian Walnut)으로, Natural Wood와 Varnished Wood의 두 가지 색상이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제품은 Natural Wood인 듯 하군요. 다른 부속들은 모두 항공기 등급의 알루미늄과 스틸, 천연 양가죽으로 제작됐습니다. 특히 드라이버 후면의 금속 벌집 구조는 소리를 정돈하기 위한 설계이며 아연 합금을 주조하여(Cast Zink Alloy) 만들었다고 합니다.

“왼쪽이 Natural Wood, 오른쪽이 Varnished Wood 색상입니다.”


양가죽 이어패드에는 저음의 양을 조절하기 위한 다수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헤드폰을 착용했을 때 귀에 닿는 감촉도 좋군요. 단, 다른 풀 사이즈 오픈형 헤드폰들보다 이어컵 지름이 작은 편입니다. 발리는 오딘보다 하우징 지름이 작으며 일반적인 스튜디오 헤드폰의 크기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거대한 헤드폰은 아니지만 소리가 밖으로 나가는 오픈형 헤드폰이므로 아웃도어 활용은 권하지 않겠습니다. 조용한 방 안에서 음악에 최대한 집중하는 용도로 사용하세요. 발리의 소리가 지닌 성격도 마음 편하게 흘려 듣는 게 아니라 매우 진지하게 음악과 직접 대면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우징에서 드라이버 뒤쪽의 내부 설계도 특이합니다. 드라이버 후면의 중앙에는 댐핑 소재가 있으나 드라이버의 테두리에는 먼지 유입을 막는 메쉬조차 넣지 않았습니다. 그냥 뻥 뚫려 있어요. 또, 하우징 안쪽 테두리에 마치 카펫 같은 직조물이 둘러져 있습니다. 이런 설계 하나 하나가 발리의 소리를 정제하는데 사용될 것입니다. 이 헤드폰을 만든 사람이 좋은 소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실험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SOUND


Driver : 50mm Dynamic (Peerless by Tymphany)
Frequency Response : 10 ~ 28,000 Hz
Sensitivity : 100 dB
Impedance : 32 ohm

*고능률 헤드폰인데 하이 게인(High Gain)에서 본색이 드러남

발리는 능률이 좋아서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재생기에 바로 연결해도 볼륨을 절반 이상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폰 SE의 헤드폰잭에 바로 연결해도 볼륨을 50~60% 정도로 맞출 정도인데요. 소리의 크기와 관계없이 고출력을 넣어줄수록 소리의 힘이 살아납니다. 헤드폰 속 드라이버의 속성이 하이 게인(High Gain)에 맞춰진 듯 합니다. DAP나 헤드폰 앰프의 게인 세팅을 건드리지 않고, 외장 DAC나 CD 플레이어를 헤드폰 앰프와 연결하는 인터커넥터 케이블을 밸런스드 커넥션으로 바꿔도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제가 현재 사용 중인 기기 구성은 NAD C 515BEE (CD 플레이어) + Matrix Mini-i (외장 DAC) + Sennheiser HDVD800 (헤드폰 앰프) / Analog Design Svetlana (진공관 헤드폰 앰프)입니다. 이 시스템에서 Mini-i와 HDVD800을 언밸런스(RCA), 밸런스(XLR)로 모두 연결해두고 셀렉터로 바꿔가며 비교 청취했을 때 밸런스드 커넥션 상태가 발리에게 더욱 좋았다는 뜻입니다.


외모 만큼이나 옹골진 소리를 들려주는 헤드폰입니다. (옹골지다 = 속이 꽉 차있다) 음의 해상도를 본다면 오딘과 막상막하로 다툴 정도이며 소리 특성도 오딘과 많이 닮았습니다. 단, 오딘보다 저음 강조가 많습니다. 그리고 오딘과 동일한 케이블을 사용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 되겠습니다. Audeze LCD-2의 기본 케이블과 비교 청취해보았는데 이 케이블은 모든 음 영역의 해상도를 향상시키며 고.중음을 더욱 보강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피어리스 드라이버의 헤드폰, 강하고 깨끗한 초저음

초저음 강조가 분명히 있습니다. 둔탁한 저음 타격을 내는 것이 아니라, 초저음의 웅장한 배경을 형성하면서도 고.중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모든 음 영역이 깨끗하게 들립니다. 초저음이 포함된 곡을 듣고 있으면 헤드폰의 이어패드 아래쪽으로 평평하고 흔들림 없는 저음의 레이어(Layer)를 감지할 수도 있군요. 오딘과 발리는 서로 완전히 다른 종류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소리를 닮게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궁금증을 더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발리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하지만 영업 기밀이겠지요. 아니면 피어리스(Peerless) 드라이버의 비밀일 것입니다.


구글링을 해보니 피어리스는 오래 전에 미국의 팀파니(Tymphany)라는 회사에 인수된 상태입니다. 이 때 다른 스피커 드라이버 제조사들도 함께 인수됐는데 그 후부터 피어리스 드라이버의 인기가 더 올라갔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피어리스라는 이름은 오디오 업계에서 익숙한 단어입니다. 사실 케너턴 발리도 '피어리스 드라이버의 헤드폰'이라고 부른다면 쉽게 유명해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소리를 가리는 막을 제거하는, 홈 오디오와 레코딩 스튜디오 겸용의 헤드폰

모든 음역의 해상도가 매우 높습니다. 응답 속도 역시 매우 빠릅니다. 소리에 불필요한 잔향이 없어요. 눈을 감고 듣노라면 이 소리는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아니라 플래너 마그네틱 또는 정전형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기기에 연결하든 참으로 단단하고 빠른 소리를 들려줍니다. ‘소리를 가리는 얇은 막을 걷어낸다’ - 이 표현이 정확히 들어 맞는 헤드폰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리도 오딘처럼 정밀한 디지털 오디오의 재생에 잘 어울립니다. 잘 짜여진 전자 회로를 보는 듯한 감흥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진공관 앰프에 연결해봐도 그 느낌이 좋습니다. 소리의 해상도와 정밀함을 본다면 고성능의 장치이지만, 동시에 강하고 굵은 남성적 캐릭터를 지닌 헤드폰이기에 진공관 소리의 맛도 깊은 듯 합니다. 다만 발리가 고해상도 음반에 통할 정도로 초고음 재생력이 좋으므로 디지털 오디오에서 본래 능력을 발휘한다고 봅니다. 제가 사용 중인 진공관 앰프(스베트라나 1탄)는 원래 배경 노이즈가 있는데 발리로 감상하면 더욱 선명한 노이즈(...)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저는 비교적 단출한 헤드폰 소스 기기들을 사용 중이라서 발리의 능력 중 80% 정도만 접해본 셈입니다. 이 헤드폰도 오딘처럼 소스 기기에 자금 투입하는 보람이 있을 겁니다. (또는 비용 지출을 유도하는 헤드폰이라고 해도 됨) 일본 고해상도 오디오 스티커만 안 붙어 있을 뿐, 발리는 초고해상도 음악 재생에 적합한 헤드폰입니다. 만약 이 제품을 구입한다면 음악 연주 현장의 공기를 감지하기 위해서 192kHz / 24 bit 또는 DSD 64 이상의 고해상도 파일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고음, 중음, 저음의 비중을 보면 발리는 홈 오디오 용도 뿐만 아니라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사용할 수 있도록 소리를 만든 모양입니다. 고해상도의 플랫(Flat) 사운드인데 초저음만 웅장하게 더했다고 보면 대충 맞겠습니다. 제품 디자인에서도 스튜디오 헤드폰의 흔적이 보입니다. 레코딩 스튜디오 안에서 쓰기에는 헤드폰 생김새가 많이 고풍스럽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깊고 묵직하게 내려오는 저음의 무게

이 제품이 청음 매장에 비치되어 많은 분들이 직접 들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듯 합니다. 해외 헤드파이 사이트에서 정보를 탐색한 후 케너턴 헤드폰을 구입하는 소수의 유저만이 그 경험을 갖게 되겠지요. 저는 후기 작성하는 사람으로서 그 소수 경험자 중 한 명이 됩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뭔가 막막한 기분이 듭니다. 오딘도 그랬지만 발리 역시 제가 들어본 수많은 헤드폰들과 너무도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국내 청음 매장의 풀 사이즈 헤드폰들을 모두 들어봐도 오딘과 발리를 닮은 소리는 찾지 못할 것입니다. 또, 제가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도 케너턴 헤드폰들의 ‘다름’을 명확히 묘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계속 노력을 해본다면 이 헤드폰의 저음에 대해 다시 강조해야 하겠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에서 돌덩이처럼 단단하며 울림이 뚜렷한 초저음을 듣는 경험이 무척 낯설군요. 깊고 묵직하게 내려오는 ‘저음의 무게’를 묘사합니다. 저음이 상당히 크게 강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흩어지거나 흐름에 뒤처지는 현상이 없습니다. 팀파니와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많은 교향곡을 들으면 거대한 저음이 용암처럼 부글거리는 울림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서는 빠른 템포로 쿵쾅거리는 서브 우퍼의 심장 박동이 전달되며, 락 음악에서는 베이스 드럼의 파워가 세 배쯤 증폭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저음의 무게가 억지로 만들어졌다는 인상이 없고 오히려 무척 정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스 기기 업그레이드 효과를 크게 볼 것 - 선명하고 대역폭이 넓은 고음

고음이 매우 선명합니다. 고음이 강조된 것이 아니라(조금 강조된 부분도 분명히 있는 듯 하지만) 고음의 대역폭이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초고음 재생 능력이 훌륭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연결하는 외장 DAC나 헤드폰 앰프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다른 헤드폰들에 비해서 음색이 밝다는 생각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점에서 제가 헤드폰 앰프로 사용한 HDVD800의 영향을 언급해야겠습니다. 발리의 고음은 더 좋은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를 사용할 때 거의 무색무취 수준의 음색을 보일 것이며 초고음의 확장폭도 더 커지리라 예상합니다. 원래 저음 강조가 있어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뿐, 초저음의 힘과 품질도 소스 기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입니다. 헤드폰의 성능이 좋으면 소스 기기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며 업그레이드의 긍정적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헤드폰들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니 발리는 총 견적 1,000만원 이상의 헤드폰 오디오 시스템에서 훌륭한 스피커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단, 발리는 라우드 스피커를 지향하는 헤드폰이 아닙니다. 커다란 우퍼의 초저음을 헤드폰에서 듣는다는 이유로 라우드 스피커를 닮았다고 한다면 그 또한 맞겠으나, 음악 연주의 공간을 소환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오딘이 그러했듯이 발리도 전형적인 스테레오 헤드폰이며 사운드 이미지가 머리 속에 맺힙니다. 그러나 오픈형 헤드폰이며 드라이버 주변이 탁 트여 있어서 시원한 개방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짙은 감정을 전달하는 높은 밀도의 소리

소리의 밀도가 매우 높고 결이 부드럽습니다. (오늘 '매우'라는 표현을 매우 많이 쓰고 있는데 발리에게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음) 마치 액체 같은 유연한 흐름과 자연스러운 연결이 마음에 듭니다. 초저음의 덩어리가 더 크지만 고음, 중음, 저음이 한 줄로 이어진 듯 자연스럽고도 완만하게 넘실거립니다. 그리고 이 쯤에서 이 헤드폰의 또 다른 특기를 살펴봐야 합니다. 바로 ‘중음의 짙은 맛’입니다.

중음의 질감이 곱고 밀도가 높으며 선이 굵게 느껴집니다.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에서 청취자의 마음에 대고 현을 긋는 듯한, 직선적이며 생생한 감흥을 줄 것입니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와 첼로 모음곡을 들어 보면 발리의 소리는 매우 두터운 중음과 더불어 음색 왜곡없이 올곧은 느낌으로 연주자의 테크닉과 마음 상태를 전달합니다. 제가 즐겨 듣는 음악 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바이올린으로 같은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주하는 음반이 있습니다. 아마티, 과다니니, A.과르네리, P.과르네리, 호르바트, 스트라디바리 등의 여러 장인이 만든 바이올린의 음색 차이를 들려주는데, 이런 음반에 발리의 소리 특성이 딱 맞았습니다. 헤드폰 쪽에서 기교를 부리지 않으며 현의 소리만 더 굵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발리 자체를 바이올린에 비유한다면 저는 아마티와 닮았다고 말하겠습니다. 고풍스러운 외관 못지 않게 소리가 묵직하고 정직(?)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또 하나, 얼마 전에 알게 된 바이올리스트 유진 포더(Eugene Fordor)의 음반을 추천하겠습니다. (풀 뜯는 말 앞에서 흰색 팬츠를 입은 남자가 바이올린을 한 손에 들고 느끼한 포즈로 앉아 있는 앨범 사진이 특징) 그가 연주하는 Vitali의 Chaconne in G Minor를 발리로 들으면서 오랜만에 마음의 찌릿한 저림을 느꼈습니다. 뚜렷하고도 깊게 깔리는 오르간의 저음 속에서 한 줄기의 비통한 바이올린 소리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 때부터 이미 심정의 초토화 상태가 됩니다. 그 후 곡이 끝날 때까지 단 한 숨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이 경험은 연주자의 놀라운 기술과 풍부한 감정 표현을 가감없이 전달하되 헤드폰이 더욱 진한 사람의 냄새를 더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처럼 발리의 소리는 올곧고, 옹골집니다. 또, 발리로 현악기 연주를 감상할 때에는 진공관 앰프를 강력히 권하고 싶습니다.


*음악 장르 선택은?

제 생각에 발리는 거의 완벽한 올라운드 타입의 헤드폰입니다.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음색 왜곡 없이 그대로 재생하며 초저음만 크게 보강합니다. 스피커의 초고음 초저음 재생 능력과 공간감, 현장감, 공기의 존재 등 온갖 테스트가 이뤄지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악곡도 너무나 쉽게 재생하는 품질 좋은 악기라고 하겠습니다. 락, 메탈 감상은 실로 시원한 경험입니다. 강력한 베이스 드럼이 살아나며 스네어 드럼의 쇳소리와 하이햇의 찰랑거림이 극히 선명합니다. 잔향 없이 빠른 템포를 명료하게 묘사하는 하이 스피드 사운드도 잘 맞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헤드폰 드라이버의 소리 해상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거친 질감으로 녹음된 락, 메탈 음악이 더욱 거칠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저음보다도 특히 고음 품질에서 음반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가능하면 CD 해상도를 뛰어넘거나, 44.1kHz 해상도라도 비트레이트가 24bit인 디지털 음반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CD 음반이라도 녹음과 마스터링이 잘 된 음반을 들어야 발리의 감상이 즐거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초미립자 수준의 팁인데, 중국 또는 국내의 전통 북 연주를 발리로 들어보세요. 두두두두두두두두하고 고속 질주하거나 천둥처럼 우르릉거리는 북 타격에서 쾌감을 얻을 것입니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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