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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패러다임 스튜디오 10, 네임 오디오 SuperNAIT 2
고급형 CDP와 인티앰프에 중급형 북쉘프 스피커 맞춰 보기

2016년 12월 21일


저는 마흔을 앞둔 중년으로, 이어폰 헤드폰만 수없이 사용해오다가 올해부터 소리샵의 청음실을 통해 라우드 스피커 기반의 하이파이 오디오를 접하고 있는 초심자입니다. 이 글은 오디오의 전문적 리뷰가 아니라, 정해진 청취 공간에서 시스템의 조합을 바꿔가며 그 결과물인 소리만 들어보고 작성하는 감상문임을 알려드립니다. 이것도 벌써 여섯 번째 연재입니다만 아직 처음 보는 분들이 많을 터이니 재차 언급해봅니다.

이전 글에서는 네임의 SuperNAIT 2와 NAIT 5Si를 프로악 스튜디오 118 스피커로 비교 청취해본 후 SuperNAIT 2를 기준으로 감상문을 작성했습니다. 고급형 인티앰프에 북쉘프 스피커를 조합한 오디오 시스템이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가에 대해 생각했지요. 오디오는 지식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지만 충분한 비용의 투입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SuperNAIT 2가 다른 북쉘프 스피커도 제대로 잠재력을 뽑아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전 시스템에서 스피커만 패러다임(Paradigm)의 스튜디오 10 v.5로 바꾼 것입니다.




즉, 이번 시스템은 고급형 CD 플레이어(네임 CDX 2) + 고급형 인티앰프에 중급형 북쉘프 스피커를 연결한 것입니다. 패러다임 스튜디오 10 v.5의 가격은 110만원 정도로 오디오파일의 기준에서는 그리 부담되지 않는 편에 속합니다. 그런데 소스 쪽은 견적 1,300만원이 넘지요. 실제로 이런 구성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스튜디오 10 v.5의 능력이 어디까지 나올 수 있는지 들어보기 위한 조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스피커보다 소스 쪽에 훨씬 높은 비용을 들이는 방식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오너의 선택이 곧 결론!)



저는 패러다임 스튜디오 10 v.5의 외모를 처음 봅니다. 초심자이다보니 대부분 처음 보는 제품이기 마련이지만 이 스피커의 외모는 참으로 특이하군요. 인클로저(하우징) 파트는 마치 요트의 갑판처럼 늘씬한 곡선으로 되어 있는데, 스피커의 프론트 파트는 로봇, 도시, 자석 같은 키워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뒤쪽에서 보면 캔버스 앞에서 붓을 놀리는 화가를 떠올리는데, 앞쪽에서 보면 메카닉 수트를 걸친 아이언맨이 떠오릅니다.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은 인테리어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스피커의 외모 또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패러다임 스튜디오 10 v.5는 집의 인테리어 디자인 테마를 현대적, 도시적, 미래적으로 맞췄을 때 어울리는 스피커로 보입니다. 반대로 엘레강스, 바로크, 클래식 등의 디자인 테마를 원한다면 다른 스피커를 고르시는 게 좋겠습니다. 스피커 앞쪽이 어떻게 봐도 굉장히 직선적이고 강하게 보여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 의견일 뿐이지만, 스피커의 외모는 스피커의 소리와도 연관이 있는 듯 합니다. 이 시스템의 소리도 현대적, 도시적, 미래적 테마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어폰 헤드폰을 다룰 때에도 느꼈던 점이 라우드 스피커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패러다임 스튜디오 10 v.5처럼 개성이 뚜렷한 외모를 지닌 스피커가 많지 않으므로, 외모를 보고 소리까지 짐작하는 방법은 권하지 않으렵니다. 자칫하면 선입견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의 시스템 구성]
스피커 : 패러다임(Paradigm) Studio 10 v.5
CD 플레이어 : 네임 오디오(Naim Audio) CDX 2
인티앰프 : 네임 오디오(Naim Audio) SuperNAIT 2
스피커 케이블 : 네임 오디오(Naim Audio) NAC A5

이번에도 비슷한 청취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음악을 들으면서 대략적인 dB 측정을 했습니다.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더 높은 볼륨에서는 더 깊은 인상을 받기 쉽지요. 그래서 스마트폰의 dB 측정 앱을 통해 70~80dB 정도의 볼륨을 확인 후 감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티앰프 볼륨 노브는 9시 방향으로 맞춰져 있으며, 이것도 상당히 큰 소리에 속합니다. (아파트 안에서 듣는다면 주변에 민폐 끼칠 수준은 됨) 음악 감상은 약 15분 동안 듣고 10~20분 정도 쉬는 방식으로 청력의 피로도를 조절합니다.


*빠른 응답, 잔향이 거의 없다

고.중.저음 모두의 응답 속도가 상당히 빠르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스피커의 특성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동일한 소스에 연결했던 프로악 스튜디오 118과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점입니다. 빠른 응답 속도는 잔향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높은 명료도와 맑은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또한 유난히도 고음의 섬세함이 강조되는데 이 부분은 SuperNAIT 2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특징은 음악 장르 선택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옛날 음악보다 요즘 음악에 맞는 소리입니다. 혹시 LP 레코드와 진공관 앰프로 옛날 음악을 듣겠다면 패러다임 스튜디오 10은 권하고 싶지 않군요. 반대로 CD 플레이어와 TR 앰프로 요즘 음악을 듣겠다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깨끗하게 음을 즐길 수 있는 스피커입니다. 칵테일에 비유한다면 조합물의 종류가 2개 이하로 축약된 드라이 타입에 가까우며, 술에 비유한다면 꼬냑보다는 스카치 위스키에 가깝습니다.



*청취자의 주변을 에워싸는 웅장한 저음 - 타격감은 약한 편

스탠드에 올린 북쉘프 스피커의 구조지만 저음이 꽤 낮게 깔리도록 설계된 모양입니다. 저음이 스피커의 전면 베이스 포트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스탠드 바닥 정도에 깔린 후 올라오는 듯한 감각이 있습니다. 저음이 앞으로 확 다가오지 않고 주변으로 돌아서 다가오는 느낌이군요. 상당히 작은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5.1채널 서라운드 시스템을 듣는 듯한, 청취자의 주변을 에워싸는 듯한 저음의 웅장함이 있습니다. 2채널 시스템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추천할만 하겠습니다. 베이스 포트가 앞에 있기 때문에 스피커의 배치도 쉬운 편입니다. (벽과의 거리를 많이 띄우지 않아도 됨)


저음의 형태는 넓고 낮게 깔리는 것이지만 저음의 타격감은 의외로 약한 편입니다. 저음의 재생은 잘 되고 있지만 가슴을 쿵쿵 때릴 정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청취 공간이 스피커에 비해 너무 커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스피커 1미터 앞까지 접근해서 들어봐도 강력한 저음 타격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이웃에게 저음 진동의 피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음악을 듣는 본인에게는 허전함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저음의 쿵쾅거림을 피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초점을 잡기보다는 넓게 퍼져나가는 소리

좌우 채널의 중앙 초점이 꽤 느슨하게 잡히고 있습니다. 완전한 초점의 값이 0 이라고 한다면 이번 시스템의 초점값은 5 정도로 찍어보겠습니다. 이전에 동일한 소스에 연결해 청취한 프로악 스튜디오 118은 0.7 정도로 판단했었지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마음대로 짐작하는 것이니 참조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스위트 스팟의 제한이 적고 소리가 좌우로 넓게 퍼지는 면도 있어서 넓은 공간을 채우기에 좋겠습니다. 가로로 긴 소파에 3~4명이 함께 앉아 음악을 듣는다면 가장자리에 앉은 사람도 무난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넓게 퍼져나가는 소리입니다. 이 스피커로 영화를 감상하기에 좋겠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을 때 ‘오오, 다채널도 아닌데 너네 집 영화 사운드 죽인다.’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온도감의 왜곡이 없다

소리가 너무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습니다. 온도감에 있어서 스튜디오 10과 SuperNAIT 2의 조합은 대단히 정직하다고 봅니다. 섭씨 온도로 치면 청음실의 실내 온도와 스피커의 소리 온도감이 거의 동일하게 전달됩니다. 이 ‘온도’라는 비유는 중음보다는 고음과 저음의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고음이 밝으면 더 낮게 느껴지고 저음의 양이 많거나 울림이 길게 잡히면 더 높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먄악 전체 음색이 조금 어두운데 저음량이 많게 설정된 시스템이라면 여름에 듣기에는 갑갑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의 시스템이 만드는 소리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동일하게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것입니다.


*굵고 강한 중저음이 고음을 가린다 vs 중음의 두터운 양감이 좋다

스피커의 크기에 비해 면적이 넓고 룸 튜닝도 되어 있는 청음실이며 스탠드 설치가 되어 있지만, 중저음이 크게 울릴 때 고음이 가려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즉, 이것은 스피커 자체의 특징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음의 밸런스를 볼 때 고음보다 중음이 더욱 굵고 강하게 나오는 스피커라고 생각합니다. 저음도 그렇지만 특히 중음 쪽에서 고음 마스킹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혹시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고음의 모니터링을 매우 중시한다면 단점이 되겠군요. 그런데 중음이 굵고 강하게 나오는 특성으로 인해 보컬 중심의 곡, 특히 독창은 귀에 아주 가깝게 들려옵니다. 바이올린 연주도 고음보다 중음 쪽 비중이 높은 연주를 들으면 더욱 풍만한 감각의 보잉과 굵은 현의 맛이 강조됩니다. 고음의 현란함이 거의 없는데 중음의 두터운 양감 때문에 심장이 쫄깃해지는 자극을 받는 것입니다.


*섬세함만을 강조하는 고음

이 시스템의 소리에서 고음은 잔향 없이 섬세함을 강조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섬세함을 SuperNAIT 2에서 부여하고 있는 듯 하며, 스튜디오 10 v.5의 고음 자체는 생각보다 수수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선이 가늘고 입자가 고와서 귀에 부드럽게 감기지만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거나 귀를 자극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청취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고음은 아닙니다. 뾰족하게 솟아나온 곳 없이 매끈하게 연마해놓은 고음이라고 하겠습니다. 고음에 탄력이 있다고 하면 어떨까요? 응답 속도가 무척 빠른 고음이라서 통통 튀어 오르는 듯 합니다. 하지만 현란함과 편안함 모두가 배제되어 있어서 꽤 낯설기도 합니다. 이것이 제가 패러다임 스튜디오 10 v.5의 소리에 느낀 현대적, 도시적, 미래적 테마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인입니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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