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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오디지 사인(Audeze SINE)
든든한 플랫 사운드의 올라운드 온이어 헤드폰

2016년 11월 25일


LCD 시리즈의 보급형? 실제로 써보면 최상급에 가까운 온이어 헤드폰

미국의 오디지(Audeze)는 LCD-2라는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 헤드폰으로 헤드폰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고, 지금도 플래너 마그네틱(Planar Magnetic) 드라이버를 사용해 높은 가격대의 헤드폰 모델을 내놓고 있습니다. 아직도 라우드 스피커의 하이파이 오디오에 근접하는 헤드폰이 드물기 때문에 오디지의 LCD 시리즈는 ‘있어줘서 고마운 존재’라고 봅니다. (비싼 물건이라서 그림의 떡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어둬야 합니다. 수많은 자석을 돗자리처럼 펼치고 그 사이에 얇고 넓은 진동판을 설치한 것이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입니다. 자석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겁게 됩니다. 그리고 헤드폰의 이어컵을 작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돔 진동판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보다 넓은 면적의 진동판에서 균일한 소리를 재생한다는 것이 플래너 마그네틱 구조의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헤드폰 제조사마다 다른 접근을 하고 있으나 오디지에서는 드넓은 진동판을 선호해왔습니다. (예: 오디지와 반대로 Oppo는 PM 시리즈의 넓은 진동판 앞에 원형 패널을 설치해서 소리를 집중한다고 함)


그 후 오디지는 LCD 시리즈 외에도 EL-8 시리즈를 내놓으며 범위를 넓혔고 드디어,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를 사용한 온이어(On-ear) 헤드폰도 내놓았습니다. 제품명은 SINE, 한글로는 대충 사인이라고 읽는답니다. 사인을 처음 봤을 때 제가 한 생각은 ‘LCD 시리즈보다 얼마나 다운그레이드됐을까’ 였습니다. 두 번째 생각은 ‘사진으로 보면 좀 심심하게 생겼다’ 입니다. 세 번째의 생각은 ‘오디지 헤드폰치고는 가격 부담이 적다’는 겁니다. (*오디지 LCD 헤드폰을 사려면 최소한 1,000달러를 준비해야 합니다.)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생각을 했으니 관심이 갈 리가 없습니다. 정말로 플래너 마그네틱 헤드폰을 온이어 사이즈로 만들어서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보다 스마트폰에서 제대로 구동이나 할 수 있을까 - 이런 잡다한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디지 사인이 국내 수입된 얼마 후, 직접 제품을 머리에 써보고 소리를 듣는 순간 그 모든 생각과 의구심이 날아가버렸습니다. 아이폰 6S의 헤드폰 잭에 연결해서 들었는데, 볼륨은 60% 이상으로 올려야 했지만 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감상문 작성 여부를 떠나서 당장 그 소리를 갖고 싶었기에 매장에서 바로 구입했습니다.


그 후, 두 달하고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오디지 사인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글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LCD 시리즈도 몇 가지 사용해봤지만 사인이라는 이 작은 헤드폰은 음악을 높은 해상도로 즐겁게 듣는다는 측면에서 오디지가 만든 최상급(!)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몸집과 중저음 중심의 단단한 소리를 지닌 LCD 시리즈보다 사용하기가 편하고 음악 듣기가 즐겁다면 최상급에 근접한다고 봐도 되겠지요? 다만 LCD 시리즈의 웅장함과 명확함을 사인이 추구하지 않을 뿐입니다. 상급 제품들의 특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인의 특징을 새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소리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논외가 되겠으나, 오디지 사인은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 특유의 빠른 응답 속도와 단단한 저음을 가졌으면서도 그 타격이 더 부드럽고 고음은 더욱 밝고 선명하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제품의 포지션은 마치 LCD 시리즈의 보급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디지의 매출을 중점적으로 이끌어줄 효자 아이템이 될 듯 합니다. 여전히 하이엔드지만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구입할 수 있는 헤드폰이 사인(SINE)입니다.


매트 블랙의 금속, 글로시 블랙의 가죽

오디지 사인은 소리와 디자인 모두에서 직접 겪어봐야 맛을 아는 제품입니다. 보도 자료를 보면 사인의 모습은 그냥 시컴시컴한 헤드폰이지요. 그런데 직접 손에 들어보고 꼼꼼하게 체크를 해보면 다른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메제 99 클래식(Meze 99 Classics) 헤드폰의 제조사가 고급스러운 사용 경험을 위해 ‘오너의 손에 플라스틱이 닿지 않게 한다’는 지침을 내세웠다고 말씀 드렸는데 오디지 사인도 그렇습니다. 금속과 가죽으로만 외장 부품을 제작했으며 금속 파트는 모두 매트 블랙(Matt Black), 가죽 파트는 글로시 블랙(Glossy Black)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러한 소재로 인해 무게는 묵직하게 됐지만 시각과 감촉 모두에서 높은 만족감을 줍니다. 누가 봐도 비싸게 보이고, 직접 만져보면 더 비싸게 느껴지는 헤드폰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인은 싱글 사이드 마그넷을 사용하는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를 갖고 있습니다. (진동판을 움직이는 자석이 한 쪽에만 있음) LCD 시리즈 및 다른 플래너 마그네틱 헤드폰들보다는 진동판 크기가 작지만 그 면적이 80 x 70 mm나 됩니다. 그리고 구조 상으로는 밀폐형 헤드폰이지만 하우징 테두리에 에어 벤트가 여러 개 있어서 극히 조용한 장소에서는 소리가 조금씩 새어나갑니다. 어느 정도의 소음 차단 효과는 있지만 헤드폰을 쓰는 순간 주변 소음이 확 줄어들 정도는 아니니 참조해두시기 바랍니다. 착용감도 분명히 언급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헤드밴드의 형태와 이어패드의 푹신함 덕분에 편안한 착용이 되지만, 헤드폰 자체의 무게가 있으며 이어패드가 귀에 강하게 눌리는 편이라서 1시간에 한 번 정도는 휴식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제품 사양에는 무게가 230g이라고 되어 있는데 체감으로는 꽤 묵직합니다.


애플 iOS 기기를 위한 사이퍼 케이블과 오디지 앱

제품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본 케이블 패키지이고, 다른 하나는 기본 케이블과 사이퍼 케이블(Cipher Cable)이 모두 포함된 패키지입니다. 사이퍼 케이블은 Y-스플릿 부분에 3버튼 리모트가 있으며 그 속에 앰프와 DSP, DAC 부품이 들어있습니다. 이것을 iOS 기기의 라이트닝 커넥터에 연결해서 감상하면 디지털 출력 신호를 받아서 정돈하고 증폭하므로 기본 케이블 연결 상태보다 더욱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단, 사이퍼 케이블을 별도 판매하지 않으므로 아이폰,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를 쓰는 분이라면 사이퍼 케이블이 포함된 패키지를 권하겠습니다. (약 8만원 차이) 별도의 휴대용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앰프가 케이블에 병합되어 있으면 헤드폰 사용이 훨씬 편리합니다.


박스를 열어보면 케이블과 함께 스웨이드 감촉의 캐링 파우치와 6.3mm 어댑터가 있습니다. 헤드폰이 긁히기 쉬운 금속과 가죽으로 되어 있으니 여행 중에는 캐링 파우치를 꼭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헤드폰을 위한 하드 케이스를 구하고 있다면 여행 용품 코너로 가보세요. 생각보다 좋은 케이스가 많습니다. 인터넷 주문을 해야 한다면 줄자로 가로, 세로, 두께를 재어본 후 그 규격보다 약간 큰 케이스를 주문하면 됩니다.


사인의 케이블은 두툼한 플랫 케이블이며 튼튼한 고무 피복을 갖고 있습니다. 이 케이블은 절대로 꼬이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뭘 어떻게 해도 항상 직선으로 쫙 펼쳐집니다. 3.5mm 커넥터를 사용해 탈부착할 수 있는 케이블로, 헤드폰 커넥터 부분을 날렵하게 꺾인 듯한 모습으로 만들어서 케이블이 쉽게 분리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러니 케이블을 아래쪽으로 당겨도 빠질 일이 없지요.



사이퍼 케이블은 라이트닝 커넥터로 iOS 기기와 연결되며 길쭉한 3버튼 리모트가 있습니다. (아이팟 나노는 원래 외장 DAC를 지원하지 않으므로 사이퍼 케이블 사용 불가) 이 속에는 음성 통화용 마이크가 들어 있으며 버튼은 고무로 되어 있어서 누르기가 편합니다. 특히 리모트의 하우징이 금속으로 된 점이 마음에 듭니다. 헤드폰 본체도 그렇지만 제품이 참 튼튼하게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주거든요.


애플 iOS 기기를 사용하는 분들에게 또 하나 좋은 점은 사이퍼 케이블을 위한 오디지의 전용 앱이 있다는 것입니다. 앱 이름이 ‘Audeze’인데 사이퍼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에서 DSP 조정을 통해 10 밴드의 그래픽 이퀄라이저를 다룰 수 있으며 이후 펌웨어 업그레이드도 가능합니다. 아직은 버전이 낮아서 기능이 많지 않은데요. 프리셋 2개가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 2개를 지정해두면 됩니다. 이것은 iOS의 제어판에서 선택하는 EQ가 아닙니다. 사이퍼 케이블을 연결하면 iOS 기기의 내장 DAC와 앰프를 바이패스(by-pass)하고 사이퍼 케이블 속에 있는 DAC와 앰프로만 소리를 만들게 됩니다. 오디지 앱은 이 부분에서 직접적으로 사인의 소리를 변경합니다.


오디지 앱으로 소리를 주물러보면 사인의 기본 사운드가 생각보다 플랫(Flat)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담백한 무색무취의 음색과 비교한다면 중저음이 폭넓게 강조됐고 고음이 약간 밝은데, 10 밴드 이퀄라이저를 조정할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받게 됩니다. 또, 소리를 아무리 주물러도 사인의 본래 성격을 유지한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이후의 감상문은 기본 케이블 기준으로 작성하겠으나 사이퍼 케이블과 오디지 앱을 사용한다면 사인의 음색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으므로 변수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사실상 ‘소리가 정해지지 않은 헤드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요.


SOUND


*작은 USB 헤드폰 앰프만 있어도 성공적 업그레이드

사인을 스마트폰이나 DAP에 기본 케이블로 연결한다는 것은 해당 스마트폰, DAP에 내장된 앰프로만 사인을 구동한다는 뜻입니다. 저도 아이폰 6S에 바로 연결한 사인의 소리에 반해서 구입을 했으나 이후 사이퍼 케이블을 연결해본 후 ‘사인에는 헤드폰 앰프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품 매뉴얼에는 감도가 100dB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기본 케이블을 연결해서 들어 보면 볼륨을 더 올려줘야 합니다. 아이폰 6S와 아이팟 클래식은 60% 정도로 올려서 감상했습니다. 오디지에서 '사인에 헤드폰 앰프를 연결하면 소리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고 제품 매뉴얼에 써놓았을 정도입니다. 오디지 홈페이지의 제품 사양표에서도 사인에게 최적화된 앰프 출력이라며 무려 500~1,000mW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고출력의 거치형 앰프까지는 동원하지 않아도 되며, 작은 USB 헤드폰 앰프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예: Calyx PaT, AudioQuest Dragonfly 등)


사이퍼 케이블 속에 들어있는 헤드폰 앰프도 효과가 좋습니다. 별도의 10~20만원대 USB 헤드폰 앰프를 구입하는 것보다 사이퍼 케이블이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듯 한데, 출력과 음색 모두에서 사인을 업그레이드해준다고 봅니다. 아이폰 6S에 연결하면 볼륨을 20% 정도로 해도 힘이 남아돕니다. 전용 앱을 사용해서 이퀄라이징을 하면 소리가 더 커지기도 하니 사이퍼 케이블을 연결했을 때는 볼륨을 정말 조금씩만 올리시기 바랍니다. Korg iAudioGate 앱으로 고해상도 파일을 재생해보니 사이퍼 케이블의 DAC는 48kHz / 24bit까지 지원했습니다.



*기본 케이블과 사이퍼 케이블의 소리 차이

기본 케이블 상태의 사인은 플래너 마그네틱 헤드폰치고는 고음이 예쁘고 저음이 살짝 강조되어 있으며 저음의 펀치가 든든하면서도 편안합니다. 그런데 사이퍼 케이블 연결 상태에서는 중저음의 선이 훨씬 굵어지고 음의 밀도가 높아져서 굉장히 힘찬 소리로 바뀝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팟 터치를 쓰고 있다면 사이퍼 케이블로 그 격차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 (소리가 굵다 가늘다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음) 단, 중저음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고음이 덜 들리게 되어서 전체적으로 따뜻한 음색이 되니, 더 밝은 고음과 플랫보다 조금 강조된 정도의 저음을 원한다면 기본 케이블을 권하겠습니다. 아니면 사이퍼 케이블 상태에서 오디지 앱으로 고음을 조금만 올려줘도 됩니다.

*감상문은 헤드폰 앰프를 연결하지 않고 기본 케이블 상태의 사인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어패드가 귓바퀴 위로 올라오는 온이어 헤드폰이지만 이어컵 사이즈가 큰 편이라서 귀를 모두 덮어줍니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착용하면 저음이 조금 약해지고 고음이 조금 강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어패드의 위치도 소리에 영향을 주므로 사인을 착용한 후 앞뒤로 조금씩 움직여 보면서 고음이 선명하게 들리는 지점을 발견해봅시다.


*든든한 플랫 사운드의 고해상도 헤드폰

모든 음역의 해상도가 높습니다. LCD 시리즈가 1080P 화질이라면 사인은 720P와 1080P의 중간 어디쯤 있는 듯 합니다. 앰프 없이 기본 케이블로 감상을 시작해보면 첫 인상부터 소리가 맑다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고음의 강조가 있으나 많이 강조되지는 않았고, 중.저음의 강조도 약간 있는데 어디까지나 빈약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까지만 끌어올렸습니다. 그래서 실외 감상을 하면 ‘든든한 플랫 사운드’라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주파수 응답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헤드폰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고음이 더 올라가고 저음이 더 내려갑니다. 초저음까지 깊이 깔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20~30Hz 정도의 매우 낮은 저음까지 명확하게 들려오며(톤 생성기 앱으로 테스트해보세욥!), 고.중.저음 악기가 뚜렷하게 분리되는 감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리의 입자가 무척 선명해서 청각이 확 살아나는 기분이 듭니다.


*평범하게 성능이 좋음 - 소리가 좋은데 표현할 단어를 고르기가 어렵다

냉정하고 차가운 소리도 아니고, 짙은 갈색의 감성적인 소리도 아닙니다. 오디지 사인은 평범하게 성능이 좋은, 녹음된 소리를 명료하게 들려주는 헤드폰이라고 하겠습니다.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로 써도 되고, 귀에 듣기 좋은 음악 감상용으로 써도 됩니다. 원음을 추구하는 헤드폰이라고 하기에는 고음의 단맛이 조금 있고, 뚜렷한 개성을 추구하는 헤드폰이라고 하기에는 고.중.저음 전부 튀는 구석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인의 소리를 음미하다보면 좋긴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지 단어를 고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은 심심한 소리와 왜곡된 소리의 중간 지점을 원하는 분에게 중요한 장점이 되겠습니다.

*단단한 저음 펀치인데 끝은 약간 부드럽다

사인의 소리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가 또 있습니다. 경험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는 소리가 많이 다릅니다.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대체로 저음의 탄력이 강해지며 고음이 더욱 정밀해집니다. 익숙한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소리는 청취자를 편안하게 만들지만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의 소리는 약간 긴장을 하게 만들지요. 사인은 LCD 시리즈보다 작은 진동판과 적은 수의 자석을 사용하지만 그 본질은 역시 플래너 마그네틱입니다. 일단 저음의 펀치 느낌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기본 케이블 상태에서도 단단한 저음 타격이 있는데 펀치의 끝이 약간 부드럽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물렁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복서들보다 작은 글러브를 끼고 때려서 두들겨 맞는 느낌은 있는데 그 글러브의 쿠션은 더 두터운 것 같은 - 이런 생각이 듭니다.


*굵고 가깝게 들리는 중음과 약간 밝은 고음의 조화

이 헤드폰의 소리가 듣기 좋은 이유는 고음과 중음의 조화라고 봅니다. 저음은 앰프 또는 사이퍼 케이블의 유무에 따라 변화폭이 크지만, 사인의 고.중음은 음악을 듣기에 즐겁도록 하는 튜닝이 되어 있습니다. 먼저 중음 영역은 그 선이 상당히 굵으며 귀에 가깝게 들립니다. 어떨 때는 중음이 강조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중음을 중시하면 상대적으로 소리 전체가 심심하게 되기 쉬우므로 비중 조절에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인은 보컬, 현악기의 음이 알맞게 강조되면서도 고음과 어우러지도록 잘 조절하는 면이 있습니다. 남성 보컬은 그 중후한 느낌이 살아나고 여성 보컬은 두터운 목소리에 비음의 화사함이 더해져서 귀가 더욱 즐겁습니다.

사인의 고음은 자극이 있는 몇 군데를 조금씩 강조한 듯 합니다. LCD 시리즈보다 고음이 밝은데 LCD-2, 3보다는 LCD-X, 4에 더 가까운 고음 색깔이라고 봅니다. 오디지는 LCD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언제나 따뜻한 중저음을 중시해왔습니다. 두텁고 풍부한 울림을 내는 중음은 오디지가 만드는 진동판의 특성이며, 초저음까지 깊게 쿵쾅거리는 저음은 이어패드의 특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온이어 헤드폰인 사인은 예외가 됩니다. 중음의 특징은 유사하지만 고음은 조금 더 화려하게 강조되어서 헤드폰 전체의 음색을 조금 더 밝게 만듭니다. 다만 저음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고음이 밝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파이널, 온쿄, 오디오 테크니카 등의 일본 헤드폰 제품들의 소리에 비한다면 무색무취의 음색이라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음악 장르는 물론 음악의 분위기도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타입

평범하게 성능 좋은 헤드폰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가 되겠습니다. 특정 장르에서 눈물을 쏙 뺄 정도로 감동을 주지는 않으나, 거의 모든 장르에서 90%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헤드폰입니다. 오디지 사인의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의 정밀한 고음과 단단한 저음에 적응할 수 있는가’입니다. 저처럼 처음 듣자마자 반해버릴 수도 있고, 며칠 정도는 더 들어봐야 제 맛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며칠을 들어봐도 별로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 - 이렇게 예상합니다. 사인은 음악 장르는 물론 음악의 분위기조차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타입의 헤드폰으로 권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 밀폐형 헤드폰보다는 넓은 공간감

제 생각에 사인을 오래 사용하면서 불만이 될 만한 점은 밀폐형 + 온이어 헤드폰의 특징일 것입니다. 기본 구조 때문에 LCD 시리즈 같은 개방감이나 넓은 공간의 느낌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점도 에어 벤트 설계 덕분에 어느 정도 보완이 됩니다. 오픈형 헤드폰의 공간감은 아니지만 완전히 밀폐된 헤드폰에 비한다면 상당히 넓은 연주 공간을 묘사합니다. 이 제품은 실내 감상도 가능하지만 주로 실외에서 쓰도록 만들어진 헤드폰이므로 라우드 스피커에 준하는 오디오 경험을 하고 싶다면 풀 사이즈 오픈형 헤드폰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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