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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온쿄(Onkyo) A800
빈티지 디자인과 선명한 소리

2016년 10월 31일


저는 지금 수백편의 이어폰 헤드폰 감상문을 써온 경력 속에서도 너무나 생소한 광경을 보고 있습니다. 온쿄(Onkyo)의 A800이라는 헤드폰인데요. 네, 이렇게 생겼습니다.


온쿄 H900M도 특이한 생김새의 헤드폰이지만 A800은 더합니다. 더욱 거대하며, 더욱 특이하고, 헤드밴드 요크를 늘리면 황금색 메탈이 드러납니다. 빈티지 헤드폰 디자인이라는 것이 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이 헤드폰은 일본 고해상도 오디오 인증을 받은 제품이며, 현재 인터넷 가격이 50만원 초반에 불과(?)합니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소리가 굉장히 깨끗하고 예쁜 헤드폰인지라 홈 오디오 용도의 풀사이즈 오픈형 헤드폰을 찾고 계신다면 ‘중요한 물건’이 될 듯 합니다.


딱히 서술할 이야기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소리와 디자인이 특이하게 멋진 헤드폰, 온쿄 A800의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진짜로, 말이 필요 없으니 말을 길게 안 하렵니다.


시각적 충격을 주는 빈티지 헤드폰 디자인

헤드폰을 박스에서 꺼내자마자 저는 줄자를 들었습니다. 몹시 기골장대하게 보이는 헤드폰이라서 왠지 사이즈를 재어 보고 싶었거든요. 원형 하우징의 지름이 100mm이며, 헤드밴드의 앞뒤 지름은 65mm에 이릅니다. 사실 스피커 하우징 지름은 다른 대형 헤드폰들과 비슷하지만 헤드밴드의 드넓음이 한 획을 긋습니다. 두툼한 가죽으로 만든 헤드밴드의 쿠션도 좋지만 무엇보다 대단히 넓은 면적 때문에 헤드폰 무게가 분산되어서 편히 착용할 수 있습니다.



곡선의 헤드밴드 양쪽 끝이 늘어나는 부분은 황금색 메탈로 되어 있습니다. 일직선으로 촥! 늘어나는 구조인데, 이 황금색 메탈 밴드 또한 넓고 굵어서 존재감이 엄청납니다. 헤드밴드 사이즈도 여유로우니 머리 큰 분들도 걱정 없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디테일을 발견했는데요. 스피커 하우징과 메탈 밴드가 연결된 부분에 웬 빗자루 같은 브러쉬가 들어 있습니다. 헤드밴드 사이즈를 늘리고 줄일 때 이 브러쉬가 스피커 하우징으로 먼지가 들어가는 현상을 막아주는 모양입니다. 브러쉬가 메탈 밴드 표면에 닿지 않도록 아주 조금 띄워놓은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처리 덕분에 아무리 헤드밴드를 늘리고 줄여도 메탈 밴드가 손상될 일이 없습니다.



스피커 하우징은 안쪽이 플라스틱이며 외부와 측면이 두툼한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우징 전체를 금속으로 해서 지나치게 무거운 헤드폰을 만들기보다는, 알맞게 플라스틱과 혼용하여 소리 공진의 제어와 경량화를 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우징의 금속 파트에는 링 모양의 가공이 되어 있어서 빛을 받을 때마다 선명한 라인을 보여줍니다. 또, 헤드밴드와 이어패드는 검은색이지만 하우징 금속 파트는 짙은 카키색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신선한 시각 자극이 있습니다. 거기에 하우징 안쪽과 이어패드 안쪽으로 번쩍거리는 황금색 띠를 둘러놓았으니 처음 보는 사람도 관심을 둘 만합니다. 온쿄에서는 악기를 주제로 만든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그 독특함에서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봅니다.


제품 패키지 구성은 헤드폰 본체와 탈착식 케이블, 6.3mm를 3.5mm로 변환해주는 어댑터가 있습니다. H900M과 마찬가지로 A800도 전용 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실내 보관할 때는 별도의 헤드폰 스탠드나 다른 케이스를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하우징 바깥쪽에 메쉬 구조가 있는 오픈형 헤드폰의 경우 옷장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옷장 속의 습기 제거를 잘 하고 있다면 헤드폰의 메쉬 부분에 먼지 쌓일 일이 없게 되고, 다른 물건과 닿지도 않아서 몇 년씩 새것처럼 보관할 수 있으니 참조해두시기 바랍니다.



A800은 헤드폰 자체의 외모도 독특하지만 케이블도 참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정전형 헤드폰을 써보셨다면 낯설지 않은 모양이겠으나 많은 분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검은색과 금색의 여러 가닥을 넓게 펼쳐놓은 모양의 리본 케이블이거든요. 길이는 3미터로 실내 사용에 알맞습니다. 케이블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의 쫀득이가 생각나지만 이 물건은 긴 길이에서도 음질 열화가 없도록 임피던스를 낮춘 A800 전용의 OFC 케이블이라고 합니다. 헤드폰에 끼워지는 플러그도 일반적인 3.5mm 규격이라서 다른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하기도 쉽습니다. 또, 황금빛의 큼직한 6.3mm 플러그는 참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마치 관악기의 부품 같군요.



제품 사양에서는 헤드폰 무게가 무려 570g이라고 되어 있는데 착용감은 대단히 편안합니다. 아마도 케이블을 포함한 무게이거나 제조사에서 사양표에 오타를 낸 듯 합니다. 손에 들어봐도 아주 무거운 헤드폰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550g이라는 오디지 LCD-2보다도 훨씬 가볍고, 젠하이저 HD800보다는 조금 무거운데, 제 짐작으로는 350~400g 정도일 듯 합니다. 그리고 매우 넓게 디자인된 헤드밴드가 헤어 스타일을 완전히 망쳐놓지만, 헤드폰의 무게를 분산시켜서 오래 착용해도 목이 아프지 않습니다. 벨벳 소재의 이어패드는 표면이 뽀송해서 땀이 차지 않으며 쿠션이 푹신해서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거울을 보면 굉장한 풍경(외계인?!)이 펼쳐져서 당황하겠으나, 실내에서 편하게 오랫동안 감상하는 대형 헤드폰으로는 최적에 가깝다고 봅니다.



A800의 하우징 분해도를 보면 하우징 후면 전체를 개방하지 않고 1자 모양으로 중앙 부분만 뚫어 놓았는데, 실제로 감상해보면 좌우가 탁 트인 개방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저음 에너지 컨트롤을 겸하기 위해 방출구를 좁혀놓은 듯 합니다. 또 다른 특징은 오디지 LCD-2, 젠하이저 HD800보다 헤드폰 밖으로 나가는 소리의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오픈형 헤드폰이기 때문에 누음이 당연히 있지만, 헤드폰으로 크게 음악을 듣는다고 옆 방에서 항의할 일은 없겠습니다.



SOUND


*H900M과는 다르다! H900M과는!

H900M과 모양은 흡사하지만 A800은 완전히 다른 헤드폰입니다. A800은 실내 전용 헤드폰이며 개방형 구조이고 드라이버도 다릅니다. 돔 부분에 다른 소재를 덧입힌 50mm 지름의 멀티 레이어 진동판을 사용하거든요. (H900M은 싱글 레이어 진동판) 중저음이 강력하고 고음의 선이 굵게 나오는 H900M과 달리 A800은 고.중.저음의 균형이 상당히 좋으며 고음의 선이 가늘고 매우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저의 판단으로는 A800의 전체적 음 해상도가 더욱 높습니다. 초하이엔드급 헤드폰들이 4K 해상도라면 A800은 주저 없이 1080P 해상도라고 확신할 수 있겠습니다.


*거치형 헤드폰 시스템에서 드러나는 진면목

주파수 응답 범위 4~40,000Hz, 임피던스 32옴, 감도 100dB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이 A800인데요. 임피던스와 감도 수치만 보면 소출력 기기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듯 하지만 거치형 헤드폰 앰프를 더하면 소리가 훨씬 더 힘차고 선명해집니다. Aune B1과 M2의 조합, 임피던스 High 세팅의 캘릭스 M, LG V20과 연결한 드래곤플라이 레드에서 모두 즐거운 소리를 들려주었으나, ‘NAD CD 플레이어 + 매트릭스 Mini-i DAC + 젠하이저 HDVD800 앰프’ 조합에서 감상할 때 A800의 진동판이 온전히 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 Mini-i와 HDVD800의 인터커넥터를 밸런스 연결한 점도 A800의 소리 선을 더욱 굵게 만든 모양입니다. 볼륨 레벨의 문제가 아니라 ‘소리의 질감’ 측면에서 거치형 헤드폰 시스템이 필요한 제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충실한 초저음 재생, 초저음의 강조가 없을 뿐

이어패드의 소재는 헤드폰의 음색에 큰 영향을 줍니다. 통풍이 잘 되는 벨벳 소재의 이어패드는 가죽 이어패드보다 초저음 전달을 덜 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A800의 저음은 아주 낮은 영역까지 남김없이 재생됩니다. 초저음의 ‘강조’가 없을 뿐이지요. 만약 가죽 이어패드를 탑재했다면 저음이 너무 강한 헤드폰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때, A800의 초저음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거치형 헤드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진공관 앰프를 연결하는 것도 딱히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헤드폰의 소리가 정밀한 디지털 사운드를 지향하며 특히 초고음을 중시하기 때문에 트랜지스터 앰프를 권하고 싶습니다. 진공관 앰프 스베트라나에 연결해보니 소리의 힘은 더욱 강력해지지만 초고음으로 인한 공기 느낌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헤드폰에 대한 앰프 매칭은 대단히 주관적이며 취향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니 의견으로만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초고음 재생이 오히려 산만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온쿄의 초지일관 밝은 음색 - 반짝거리는 투명 고음

처음 들어봐도 밝게 느껴지는 음색인데 짙은 파랑색은 아니고 연한 하늘색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든 음역이 아닌 ‘고음’ 만으로 헤드폰의 음색을 판단한다면, A800의 대단히 화려하고 예쁘게 부각되는 고음은 순도 100퍼센트의 파랑색이라고 하겠습니다. 온쿄 이어폰 헤드폰의 밝은 음색은 정말 초지일관이군요. 제 생각에 온쿄의 고급형 이어폰 헤드폰 중에서 고음이 가장 밝고 짜릿한 모델은 이어폰 E900M이며, 그 다음이 A800인 듯 합니다. A800 정도면 온쿄 기준에서는 알맞게 밝고 섬세한 고음일 것입니다. 레퍼런스 헤드폰이라면 보통 음색적 특징을 지양하는 편이지만 A800은 달콤한 고음 때문에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헤드폰이었습니다.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투명한 고음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고막을 강하게 누르지 않는 소리

소리가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고 약간 떠올라 있는 듯한, 마치 구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음악을 들을 때 엄숙하거나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화사하고 들뜨는 분위기가 됩니다. 초저음이 강조되지 않아서 그런 면도 있지만, 이 헤드폰의 소리는 원래부터 고막을 강하게 누르지 않도록 설계된 듯 합니다. 만약 A800에 H900M을 대조한다면 H900M이 완전 근육맨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A800의 소리는 저음 강조가 있으나 너무 둥둥거리지 않으며 타격이 푹신하고 가볍습니다. 고음은 첫 감상부터 그 화려함을 감지할 수 있는데, 선이 아주 가늘고 움직임이 정교하여 귀를 피로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예쁜 고음과 알맞은 웅장함의 저음이 있는데 오랫동안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헤드폰이기도 합니다.


*1080P 블루레이 해상도, 귀가 즐거운 원음 변주

모든 음역의 해상도가 높습니다. 1080P 블루레이 화질이라고 생각하며, 혹시 4K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지만 1천만원대 이상의 하이엔드급 소스를 넣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음악을 들을 때 저음 악기의 울림이 조금 강조되지만 고.중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음악 속의 다양한 요소를 촘촘하게 분리해주는 능력이 훌륭합니다. 이 헤드폰으로 고품질의 디지털 레코딩 음반을 들으면 흐린 막을 확 걷어내는 듯한 투명감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단, 헤드폰이 사라지는 경지까지는 아닙니다. 앞서 말한 대로 고음의 색채가 뚜렷하기 때문에 A800이 원음을 변주(?)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변주의 기법이 대단히 현란하며 귀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청취를 권하는 것이지요.


*샤프 MD 플레이어가 떠오르는 샤프한 고음

A800을 거치면 여성 보컬이 예쁘게 됩니다. 특히 콧소리(비음)의 간드러짐이 강조됩니다. 바이올린의 높은 음도 어김없이 현란하고 달콤하게 변신하는데, 이것은 역시 일본 오디오의 특징이라고 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제품들이 그러한!) 그 중에서도 무척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는데, 케니 지(Kenny G)의 89년 라이브 음반을 들으면서 소프라노 색스폰 소리가 그토록 예쁘게 들리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잠시 옛날의 샤프 MD 플레이어를 떠올리게 됐는데요. 고음에서 쇳소리가 난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샤프 MDP는 매우 깨끗하고 화려한 고음을 들려줍니다. 저는 지금 NAD C 515BEE, 매트릭스 Mini-i, 젠하이저 HDVD800을 통해 CD를 듣고 있는데 케니 지의 색스폰 소리는 영락없이 샤프 MDP의 음색입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정밀하고 샤프한 고음을 좋아한다면, 그러한 고음으로 더욱 예쁘게 들려오는 음악을 경험하고 싶다면, 현재의 헤드폰 시스템에 A800만 추가해도 되겠습니다.


*자연스럽고 가지런하게 정돈된 고.중.저음

이 헤드폰은 고음, 중음, 저음을 계층으로 구분하지 않고 리니어(직선) 형태로 가지런히 정돈합니다.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는 듯한 입체감을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소리가 산만하게 느껴지거나 멀게 들리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헤드폰의 소리가 대체로 평탄하지만 고음과 저음의 강조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중음의 위치가 약간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1080P급으로 쨍한 소리와 고.저음 강조, 그리고 상대적으로 멀게 잡히는 중음의 위치... 문득 포스텍스 TH900이 떠오릅니다. 저음이 쿵쾅거리지 않고 고음의 선이 가늘어서 TH900보다는 덜 긴장하며 들을 수 있는 A800이지만 소리의 형태에서 닮은 점은 있다고 봅니다.

*또랑 또랑 울리는 중음의 감촉, 고음처럼 투명하다

A800의 중음에는 고음과 마찬가지로 투명하게 빛나는 뭔가가 있습니다. 하도 고음이 화려하고 저음이 웅장하다 보니 중음에 덜 신경 쓰게 되는 것일 뿐, 고음과 저음이 중음에 간섭하지 않으며 중음의 디테일이 매우 뛰어나서 거슬리는 점이 없습니다. 쉬운 예시로 피아노 독주를 들어봅시다. 또랑 또랑 울리는 감촉이 유리 표면에서 구르는 듯 합니다. 하프 연주에서도 현의 울림이 투명하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어쩌면 A800의 중음은 그냥 원래의 비중과 위치로 재생되고 있는데 예쁜 고음이 영향을 줘서 ‘투명하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됐을 수도 있습니다.


*공기와 현장감을 묘사하는데 일반적인 스테레오 재생

음악을 들어볼수록 고해상도 지원 헤드폰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연주 공간의 공기를 묘사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A800의 초고음과 초저음 모두에서 만드는 현상으로, 공기감을 전달하는 초고음 재생력과 함께 바닥에 깔리는(약간 떠있지만) 초저음의 구름이 내가 지금 연주 현장에 있다는 상상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단, 이러한 공기와 현장감이 좌우 채널 교차가 없는 일반적인 스테레오 채널로 묘사됩니다. 드라이버의 음 해상도만 사용해서 현장감을 낼 수 있는 헤드폰인데, 소리의 기본은 영락없는 스튜디오 모니터링입니다. 쉽게 말해서, 좌우 채널의 초점이 머리 속에 맺히는 헤드폰이라고 하겠습니다. 혹시 헤드폰 앰프 겸 DAC 중에서 골드문트 THA2처럼 좋은 바이노럴 모드를 지원하는 제품을 활용한다면 A800으로 라우드 스피커 느낌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음악 장르의 선택은?

고해상도, 높은 분리도, 정밀한 디지털 사운드, 좌우로 탁 트이는 개방감, 일직선으로 정돈된 자연스러운 음 연결 - 이러한 특징들은 현재 많은 하이엔드급 오픈형 헤드폰들이 갖추는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A800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갖췄습니다. 그러나 하이엔드급 오픈형 헤드폰에서 짝수 배음과 차분한 고음, 두터운 중저음을 원하는 유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A800은 타협의 여지없이 디지털 사운드를 지향하며 예쁘고 섬세한 고음을 지니고 있어서 음악의 분위기 선택이 필요하겠습니다.

앞에서 나열한 고성능 헤드폰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의 클래식 악곡은 고막을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오케스트라의 모든 고음이 화사해지며 저음 악기는 바닥으로 깔리지 않고 약간 떠오른다는 점이 취향을 탈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같은 베토벤 교향곡도 카라얀의 지휘와 바렌보임의 지휘에 따라서 고음 색깔이 다르게 나오는데, 카라얀 지휘의 고음이 대체로 화려한 편이고 바렌보임 지휘의 고음은 보다 차분하고 명확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A800으로 들으면 바렌보임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까지 고음이 화사하게 들리는 겁니다. 저음의 응답 속도가 꽤 빠르며, 타격이 부드럽지만 끝이 명확하게 마무리되는 면이 있어서 일렉트로니카, 락, 메탈 감상에도 정밀한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전자음의 고음이나 드럼 하이햇의 고음이 더욱 선명하고 샤프하게 들려옵니다. 이런 식으로 발라드, 알앤비나 재즈 등에서도 밝고 예쁜 느낌, 평소보다 들뜨고 활기 찬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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