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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프로악 리스폰스 D18과 네임
편안하고 조화롭고 따뜻하다

2016년 10월 26일



스피커만 바꿔 들어보기

이번에는 전과 같은 소스 기기와 케이블 상태에서 라우드 스피커만 교체하여 감상해보았습니다. 스피커는 프로악(ProAc) 리스폰스(Response) D18이라는 제품입니다. 소리샵 청담 매장의 청음실을 그대로 사용했고 소스와 케이블도 동일하기 때문에 이번 감상문은 스피커의 특성을 명확히 감지해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제품 가격은 스튜디오 148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로, 비교적 간결한 하이파이 오디오를 원하는 분들에게 적합하겠습니다.

스피커 : ProAc Response D18
인티앰프 : Naim NAIT XS 2
CD 플레이어 : Naim CDX 2
외장 DAC : Naim DAC
스피커 케이블 : Naim NAC A5
파워 케이블 : Naim Powerline




*이번 시스템에서는 고해상도 파일 재생을 위해 Naim DAC와 Naim CDX 2를 번갈아 사용했습니다. 음악 장르의 범위도 클래식 악곡, 스탠더드 재즈를 중심으로 하되 락, 일렉트로니카, 영화 사운드 트랙 등으로 범위를 조금 넓혀보았습니다.

배치의 제약이 적은, 공간 절약형 톨보이 스피커


위의 사진에서 가장 앞에 있는 스피커가 프로악 리스폰스 D18입니다. 역시 아담한 크기의 톨보이 스피커인데 스튜디오 148보다는 키가 조금 작습니다. 중음과 저음을 하나의 우퍼로 처리하는데 우퍼의 저음이 베이스 포트를 지나 다운 파이어링 방식으로 바닥의 스탠드에 반사되기 때문에 저음 에너지가 꽤 강하게 나옵니다. 이 스피커는 방에 배치할 때 벽과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뜨려놓을 필요는 없도록 디자인되어 있지요.


크기도 아담한 편이니 스튜디오 148과 마찬가지로 서재나 방에 둘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넓은 거실에서 거대한 음악의 공간을 연출해보고 싶다면 더 큰 스피커를 고르시기 바랍니다. 이 스피커는 크기도 작지만 그만큼 음악의 공간을 확장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서브 우퍼를 쓸 정도로 저음의 강한 타격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리스폰스 D18을 쓸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 공간에서 은은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부드러운 타격으로 길게 울리는 저음

첫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스튜디오 148에서 느꼈던 것이 싹 날아가버렸습니다. 제품이 지향하는 주제부터 완전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 가지 요소를 뽑아보았는데, 첫째는 저음의 울리는 방식입니다. 저음의 양은 스튜디오 148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인데 저음이 울리는 방식이 꽤 다릅니다. 리스폰스 D18의 우퍼와 베이스 포트 디자인이 만드는 저음은 스튜디오 148의 저음보다 울리는 시간이 조금 더 길게 느껴집니다. (이런 것을 ‘호흡이 길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지요!) 또, 저음이 공간의 바닥면과 청취자의 가슴 쪽을 때리는 타격이 무척 부드러우며 더욱 넓게 번지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스튜디오 148을 감상할 때와 모든 환경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것은 리스폰스 D18의 특징이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조금 더 기술적으로 설명 드린다면, 저음의 응답 속도가 살짝 느리게 나오는 현상입니다. 이는 청취자로 하여금 편안한 휴식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명확하지 못한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사용한다면 리스폰스 D18은 밤에 영화를 감상하거나 조용한 음악을 들을 때 많이 쓰일 듯 합니다. 반대로 아침에 잠을 확 깨우고 싶다면 스튜디오 148이 좋겠습니다.


듣기 편하도록 세팅된 고음

둘째 특징은 고음이 ‘듣기 편하도록’ 세팅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리스폰스 D18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특성이 될 듯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고운 입자를 더 넓은 각도로 뿌린다.
: 리스폰스 D18은 소프트돔 트위터를 사용하는데, 스튜디오 148에 비해서 고음의 직진성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위트 스팟을 정확히 잡지 않아도 고음의 감촉을 쉽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리스폰스 D18의 고음은 정확히 방향을 잡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각도로 흩어지도록 제작된 느낌을 줍니다. 맑은 물을 분무기에 담아서 ‘곱게 뿌리기’ 모드로 맞추고 방 안에 칙칙 뿌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2) 고음의 선이 가늘고 자극감이 없다.
: 리스폰스 D18의 고음은 여성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십자수를 둘 때의 감도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은 생활 속에서 어떤 일을 할 때 ‘거칠고 대담한 자세’와 ‘정밀하고 신중한 자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요. 리스폰스 D18의 고음은 그 선이 가늘게 묘사되며 청취자의 귀를 절대 괴롭히지 않는 ‘정밀함과 신중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생활 속에서 편히 감상할 수 있으며 오래 감상하기에도 적합하겠습니다. 고음의 섬세함은 소스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것에도 유리하며 고해상도 파일을 재생할 때에도 면밀한 분석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단, 고음의 성격이 청취자에게 분석보다는 ‘음미’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피라미드처럼 계층을 이룬 고.중.저음

톨보이 스피커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리스폰스 D18은 고.중.저음의 위치가 마치 피라미드처럼 세로 계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초저음 중심으로 저음 에너지가 바닥에 깔리고, 그 위에 중음이 위치하며, 꼭대기에서 고음이 만세를 부르는 모습입니다. 단, 리스폰스 D18은 위로 올라갈수록 소리의 비중이 낮아지고 거리도 조금씩 멀어집니다. 저음은 바닥에 깔리되 지면에서 20~30cm 정도 부양하고 있는 듯 하고, 중음은 좌우 스피커 사이에 정확히 위치를 잡고 있지만 저음보다는 뒤쪽에 있으며, 고음은 중음보다도 더욱 멀고 가녀리게 느껴졌습니다.

보컬은 가운데, 연주는 양 옆으로 방사된다

소리의 이미지를 그리는 경험도 재미있습니다. 리스폰스 D18이 그리는 이미지는 그 넓이가 스튜디오 148보다 크고 각 악기음이 알맞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컬과 연주가 함께 있는 곡에서는 악기음이 좌우로 퍼져나가는 반면 보컬은 스피커 사이에 보컬리스트가 있는 듯한 이미지를 그립니다. 이 스피커는 연주곡에도 좋겠으나 기왕이면 보컬이 추가된 곡이나 현악 4중주곡을 감상함으로써 ‘연주자의 고스트 소환’을 해보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스위트 스팟에 딱 앉아서 눈을 감고 듣는다면 보컬리스트와 연주자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정확히 가리키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제가 그런 놀이를 하고 있었거든요.


맑은 음색, 중저음의 따뜻한 온도

갈색, 파란색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음색입니다. 첨가물을 넣지 않은 생수처럼 맑은 음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중저음 연주가 많은 곡을 들을 때면 가끔씩 온도의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리스폰스 D18의 중저음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데, 섭씨 온도로 치면 추운 겨울날 방 안에 전기 히터를 막 켠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소리에서 고음의 비중이 높을 경우 온도가 낮게 느껴지지 쉽지만 이 스피커는 고음 비중이 그리 높지는 않아서인지 중저음의 따뜻함이 더 강조됩니다. 음악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심적으로 치유를 받는 기분이 들겠고, 음악을 제작하는 입장을 상상해본다면 다른 스피커를 쓰고 싶어질 듯 합니다.


편안함의 원인이 되는 자연스러움

네임 오디오 소스 기기와 연결된 리스폰스 D18의 소리를 들으면서 제가 계속 편안함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고.중.저음의 조화로움입니다. 스피커 제작자들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서브 우퍼에 슈퍼 트위터까지 더하는 멀티 스피커 구조와 풀 레인지 스피커 하나만 쓰는 것의 차이점은 역시 자연스러움에 있지 않을까요? 풀 레인지만 쓰거나 네트워크를 단순하게 할수록 입체감에는 불리할지라도 고.중.저음의 조화에는 유리할 것입니다. 리스폰스 D18은 중음과 저음을 하나의 스피커로 재생하고, 동시에 트위터의 고음이 꼭대기에서 만세를 부르지 않도록 위치 조정을 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고.중.저음의 조화를 연출하고 청취자의 귀에는 고품질의 사운드 칵테일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지민국(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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