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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소니(Sony) PHA-2
맑은 소리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2015년 09월 14일


PHA-1을 구입한 사람의 입장에서 PHA-2는 계륵에 가깝습니다. 디자인도 비슷하고 소리도 비슷하다는데, PHA-2 쪽의 호환성이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입력단이 죄다 디지털이며, 해상도는 192/24를 비롯해 DSD까지 지원되니 아무리 봐도 PHA-1은 PHA-2의 다운그레이드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제 막 포터블 헤드폰 앰프 겸 외장 DAC를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이 PHA-2를 발견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60만원대의 가격으로 얻는 게 아주 많거든요. 사운드도 충분히 좋으니 더욱 구매 고민을 하게 되는 제품입니다.


출시된지도 좀 됐고, 무슨 물건인지 아는 분도 많겠지만 그냥 기본 개념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PHA-2는 DAC와 헤드폰 앰프를 더한 포터블 타겟의 소스 기기로, 소니의 최신 워크맨 품목과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을 디지털로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PC에 연결해서 DSD 파일도 재생할 수 있습니다. 3.5mm의 아날로그 입력도 되고, 이걸 그대로 라인아웃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즉, 이거 하나 있으면 대부분의 음악 감상 환경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소스 기기의 선택에서 음질 못지 않게 편의성, 확장성을 따진다면 거의 결점이 없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단 하나의 문제점을 든다면, PHA-2는 배터리로 구동하는 제품이며 충전과 재생을 동시에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규칙적인 충전에 신경써야 합니다. 디지털로 연결시 6.5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는데 쓰다보면 이게 꽤 짧게 느껴집니다. 충전은 전원 어댑터를 연결한 상태에서도 3.5 시간이 걸리므로 언제 충전을 해야 하는지 잘 체크해둬야 합니다. 참고로 제품 구성품에는 전원 어댑터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휴대폰용 충전기를 쓰던가 해야 하는데, 꽤 손쉬운 방법은 애플 아이폰의 전원 어댑터를 쓰는 겁니다.


외부 디자인은 PHA-1과 동일하지만 조금 더 길어서 F886이나 아이폰 5S와 딱 맞게 됩니다. 위쪽에 Hi-Res 지원이라는 금 딱지가 붙어있고 헤드폰 커넥터 테두리도 금 장식이 되어 있지요. 앞면의 볼륨 노브와 커넥터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은색의 아연 다이캐스트 댐퍼가 붙어있는데, 헤드폰의 플러그가 어지간히 크지 않다면 연결에는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예: 굵직한 3.5mm to 6.3mm 어댑터도 문제 없음) 그러나 혹시 헤드폰 커넥터와 라인아웃 커넥터를 둘 다 연결해놓고 쓰겠다면 서로 방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묵직한 금속 소재와 직선적 디자인이 여전히 남성적인 느낌을 줍니다. 기계적 디자인을 멋지게 소화하는 소니 특유의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디에나 연결되며 쓰기 편한 포터블 소스 기기

소리에 대해 쓰는 청음 후기입니다만, PHA-2는 소리와 기능성의 비중을 둔다면 30 대 70 정도가 될 정도로 생활 속에서 쓰기 편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양한 연결 방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품을 요리조리 훑어보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제품 후면을 보면 4개의 입력을 선택하는 셀렉터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하나씩 짚어봅시다.

1. 전면의 3.5mm 아날로그 입력 선택 (Audio In)
2. 소니 Hi-Res 워크맨을 연결하는 미니 B 타입 USB (Digital In)
3. iOS 기기를 연결하는 A 타입 USB (Digital In)
4. 충전 또는 PC 연결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B 타입 USB (Digital In)

제품 패키지 박스에는 소니 워크맨과 호환되는 미니 B 타입 USB 케이블과 PC 연결 및 PHA-2 충전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B 타입 USB 케이블이 기본 포함됩니다. iOS 기기를 연결할 때는 애플 라이트닝 케이블이나 30핀 케이블을 직접 준비해야 하니 참조바랍니다.



제품 왼쪽을 보면 셀렉터가 2개 더 있습니다.

1. 게인(Gain) : 노멀, 하이 중 하나로 맞춰서 헤드폰 쪽의 출력 수준을 고릅니다.
2. 전면 출력 선택 : 헤드폰, 라인아웃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처음 연결해서 음악을 재생했을 때 헤드폰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즉시 출력 선택부터 확인합시다. 라인아웃에 맞춰져 있을 겁니다.)

PHA-2는 DAC와 헤드폰 앰프 모두 Texas Instruments의 제품을 사용합니다. 헤드폰 앰프는 TPA6120이 사용됐고 DAC는 PCM1795가 들어갔습니다. 이쯤에서 PCM1795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물건은 192kHz / 24 bit 해상도까지 지원하며 동시에 DSD도 지원합니다. 맥이나 윈도우 PC에 연결해서 DSD over PCM(DoP) 모드로 사용할 경우 2.8224MHz (DSD 64)까지 재생할 수 있습니다. 해외의 스펙 시트를 보면 다른 연결 상태에서 DSD 128까지 지원한다는데 이건 저도 테스트해보지 못해서 따로 적지는 않겠습니다.

PC 연결시 사용하는 DoP는 PCM 전송 방식으로 DSD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인데, 24bit 신호 중 16bit는 DSD 데이터를 그대로 전송하며 8bit는 DSD 마커로 전송합니다. 즉, DoP 모드를 사용하면 Native DSD 감상이 이뤄집니다. 물론 PHA-2로 DSD 음원을 재생하려면 맥북이든 윈도우 노트북이든 PC가 있어야 합니다.



자,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PHA-2는 포터블 기기로써 매우 다양하고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3가지 커넥터 타입의 USB 연결을 통해 폭 넓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아이폰, 아이패드와 디지털 연결해서 DAC 겸 헤드폰 앰프로 사용.
2. 소니 Hi-Res 워크맨과 디지털 연결해서 DAC 겸 헤드폰 앰프로 사용.
3. 데스크탑, 노트북 PC와 디지털 연결해서 DAC 겸 헤드폰 앰프로 사용.
4. 아이팟 클래식 및 다른 뮤직 플레이어와 아날로그 연결해서 헤드폰 앰프로 사용.
5. 전면의 라인아웃을 통한 아날로그 연결로 라우드 스피커의 소스가 된다. (Y 케이블 필요)



PHA-2를 빌려서 사용해보고 반납하기 딱 하루 전에 NWZ-F886을 구입했는데, 둘의 연결 상태에서 나오는 사운드가 무척 좋더군요. 단, 서로 연결해둔 채로 방치하면 F886의 배터리가 방전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PHA-2의 전원을 꺼두어도 F886이 대기 상태에 있다면 F886의 배터리가 소비됩니다.

변함없이 맑고 선명한 소리, 심심할 정도로 플랫한 원음 중심의 튜닝



PHA-2의 사운드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게인(Gain) 셀렉터를 들 수 있습니다. 연결하는 헤드폰의 임피던스 또는 능률에 맞춰 노멀(Normal)과 하이(High)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근본적인 음색 차이는 거의 없으나 출력이 달라집니다. 하이로 맞추면 더 강한 출력으로 헤드폰을 울려줄 수 있으나 소리에 잔향이 조금 더 많아지는 듯 합니다. 노멀로 맞추면 출력은 약해지지만 소리가 보다 섬세하고 잔향도 줄어들더군요. 기본적으로는 노멀에 맞춰서 감상하시길 권하며,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고.중음역이 가늘게 나오거나 저음의 타격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그 때 하이로 맞추기 바랍니다.

*이하 감상평은 맥북 프로 레티나와 PHA-2의 USB 연결을 통해 DoP 모드로 DSD 64 음원 한 곡을 다수의 헤드폰으로 번갈아 재생하고, 이후 192/24 파일 다수를 자유롭게 감상하는 방법으로 작성됐습니다.

원음을 왜곡할 생각이 아예 없는 플랫 사운드

PHA-2의 소리는 제작자가 원음 왜곡을 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음악 감상에서 왜곡(예: 잔향, 울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매우 좋은 특성이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아주 심심한 소리일수도 있겠습니다. 이어폰에 비유하자면 지금도 잘 팔려나가고 있는 MDR-EX1000, EX600과 매우 흡사한 느낌입니다. 또는 'DAC+헤드폰 앰프' 분야의 ER-4라고 비유해도 좋을 듯 합니다.



맑고 투명한 소리입니다. PHA-1과 마찬가지로 매우 플랫하게 느껴지는 소리를 추구합니다. DAC에서 고.중음역의 선을 굵게 한다던가 저음의 울림을 보강한다거나 하는 면이 없습니다. 게인을 하이로 맞춰도 저음이 딱 기준치에 맞도록 재생되며 듬직하게 살이 붙거나 울림이 깊어지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음악을 녹음한 사람이 생각한 만큼의 저음량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는군요. 이렇게 저음이 조절되어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고.중음역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전반적으로 깨끗한 느낌이 강합니다.


해상도의 증가 폭은 크지 않으나 가격 대비 성능 향상의 폭은 크다

DAC를 변경할 때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사실 ‘해상도의 증가’일 것입니다. PHA-2의 DAC는 이런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DAC 변경으로 큰 폭의 해상도 증가를 맛보려면 상당한 비용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요. 제 기준으로 본다면 PHA-2의 해상도는 60만원대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이 제품으로 소스 부분을 변경했을 때 고해상도로 귀가 뻥 뚫리는 듯한 경험은 없겠으나, 흐린 눈에 처음으로 안경을 썼을 때 만끽하는 맑고 또렷한 세상의 느낌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유지되는 맑은 소리

이 제품의 음색은 매우 일관적입니다. 맥북 프로에 연결해도, 워크맨 NWZ-F886에 연결해도, 그냥 아이패드에 연결한 상태에서도 맑고 투명한 느낌이 지속됩니다. 소스 파일에 따라 해상도가 조금씩 증가하거나 감소할 뿐, 대충 들으면 소스 기기로 무엇을 사용하는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일관적인 소리입니다. 헤드폰의 매칭에서도 이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미리 말해두건대 제가 쓰는 레퍼런스 헤드폰 5가지 중에서 가장 매칭이 좋은 것은 슈어 SRH1840 이었습니다. 플랫한 'DAC+헤드폰 앰프'에 플랫한 헤드폰을 연결하면 플랫한 소리가 나오는 것이겠지요. 맑은 소스에 맑은 헤드폰을 연결하니 그야말로 맑은 하늘에 눈이 부실 지경이 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PHA-2는 넓은 폭의 활용도가 가장 큰 장점이며, 소리 또한 변화하는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적으로 맑은 음색을 유지했습니다. 높은 비용으로 극도의 고해상도를 추구할 예정이 없고, 그저 어느 장소에서나 플랫하고 맑은 소리를 듣고 싶은 ‘원음 지향’의 유저에게 좋은 선택이 되겠습니다. 사실 제 헤드폰 감상문의 레퍼런스 소스 기기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여러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으며 가격대 성능비도 훌륭하다고 판단됩니다. 단, 장소 이동 없이 데스크 위에서 거치형으로 사용하기에는 충전 과정이 번거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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