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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음악의 감동과 청각의 휴식을 동시에, 바쿤 SCA-7511MK3
인티 앰프와 헤드폰 앰프 역할을 겸하는 컴팩트 파워 앰프

2015년 01월 06일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 감상의 중심이 여러 사람에서 개인 1명으로 집중되고 있다. 사람마다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다르지만, 정말 좋은 소리로 음악을 접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라우드 스피커(Loud Speakers) 중심의 하이파이(Hi-Fi) 오디오를 마련해왔다. 넓은 거실에 스피커를 한 조 배치해서 가족 모두가 함께 음악을 듣게 되는 것이 일반적 풍경이었다. 그러나 생활 환경의 변화와 홈 네트워크의 진화,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 등의 복합적 요소로 인해 이제는 헤드폰으로 혼자서 음악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 풍경에 가깝다.


헤드폰 시스템은 라우드 스피커 기반의 하이파이 오디오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 편인데, 대중적 기준에서는 매우 높은 가격이지만 이미 하이파이 오디오에 1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투입하는 애호가에게는 ‘보조 용도’로 마련해둘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좋은 헤드폰 시스템을 하나 갖추면 제법 감동적인 음악 감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주거 여건의 문제로 인해 오디오를 갖출 수 없는 사람들도 헤드폰 시스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소개가 낯설게 느껴지는 여러분을 위해 헤드폰 시스템의 구성을 간략히 설명해보겠다. 소리 품질의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훌륭한 헤드폰 시스템을 갖추려면 구입해야 하는 기기가 꽤 많다.

1. 풀 사이즈 헤드폰
: 실내에서 진지한 음악 감상용으로 쓰겠다면 대형 헤드폰이 가장 좋다. 개방형과 밀폐형으로 나뉘지만 개방형의 비중이 더 높으며 가격대는 100~300만원으로 거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너무 진지하게 소리 품질을 따지지 않겠다면 50~60만원으로도 좋은 헤드폰이 많으니 참조해두자.

2. 외장형 DAC
: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주는 장치다. CD 플레이어에 들어있지만, 더 뛰어난 소리를 위해 외장형으로 제작된 DAC가 따로 판매된다. 음악의 해상도를 192kHz 정도로 올리고 디지털 신호를 더 좋은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기 위해 DDC라는 기기도 사용되곤 하지만 보통은 외장형 DAC 한 대가 통용된다.

3. 헤드폰 앰프
: 많은 오디오 기업들이 DAC와 헤드폰 앰프를 통합한 기기를 내놓고 있지만, DAC와 별도의 헤드폰 앰프를 연결한 시스템은 기기 교체를 통해 소리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으며 전원부의 이점이 있어서 좋다. 오디오를 구성할 때 인티 앰프가 아닌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를 분리해서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4. USB 케이블, 옵티컬 케이블, 인터커넥터 케이블, 파워 케이블
: 하이파이 오디오와 마찬가지로 헤드폰 시스템도 케이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케이블을 찾기는 무척 어렵지만 적어도 번들 케이블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오디오 액세서리가 헤드폰 시스템에도 적용되지만 이 4개 항목만 잘 준비해도 흡족한 소리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항목은 헤드폰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구축할 때 필요한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며 공간도 꽤 차지하므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오디오 기업들은 하이파이 오디오와 헤드폰 시스템을 함께 커버할 수 있는 제품도 내놓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인티 앰프에 헤드폰 앰프를 내장하는 방법이다. 평소에는 라우드 스피커로 감상하다가 혼자 음악을 들어야 할 때는 헤드폰을 연결해서 들을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바쿤(Bakoon Products) SCA-7511MK3는 컴팩트 파워 앰프인데, 고품질의 게인(Gain) 조절 기능이 있어서 인티 앰프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헤드폰 출력이 있기 때문에 필요시 헤드폰 앰프로도 활용된다. 오디오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타이밍에 잠시 의문점을 갖게 될 것이다. ‘인티 앰프의 헤드폰 출력이 과연 좋을까?’ –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그래서 본인은 기술 설명이나 다른 감상평을 읽는 대신 직접 다수의 하이엔드급 헤드폰을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너무도 뛰어나서 SCA-7511MK3를 헤드폰 앰프로만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SCA-7511MK3의 헤드폰 출력단은 바쿤의 고급 헤드폰 앰프인 HDA-5210MK3와 회로가 동일하다. 단, HDA-5210MK3는 바쿤 특유의 전류 출력과 전압 출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나 SCA-7511MK3는 다른 헤드폰 앰프와 동일하게 전압 출력만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전류 출력을 통해 헤드폰의 임피던스(Impedance)와 관계없이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면 HDA-5210MK3를, 바쿤 특유의 편안한 소리로 헤드폰과 라우드 스피커 구동을 겸하고 싶다면 SCA-7511MK3를 선택하면 되겠다. 둘의 가격 차이도 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바쿤 오디오 제품들은 공통적인 디자인 코드가 있어서 매우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블랙톤의 박스형 케이스 디자인과 오렌지색의 볼륨 노브가 그것이다. 바쿤은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들은 하나같이 베이클라이트(Bakelite) 소재의 볼륨 노브를 말한다. 현재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베이클라이트는 절연성이 매우 뛰어나며, 바쿤 제품에 사용되는 볼륨 노브는 새것일 때는 밝은 오렌지색을 띄다가 점점 와인색으로 변해가는 매력이 있다.



SCA-7511MK3는 8옴의 라우드 스피커를 연결시 채널당 15W의 출력을 내는 스테레오 파워 앰프다. 그런데 파워 앰프치고는 크기가 무척 작은 편이다. 가로 23, 세로 29, 두께 6cm에 불과해 책상에 올려두고 써도 될 정도다. 더불어 게인 조절 기능(볼륨 조절)과 헤드폰 출력이 있으니 데스크탑 오디오의 앰프로 쓰기에도 걸맞다.


천천히 훑어볼수록 이 앰프는 시각적 만족도가 높게 느껴진다. 그냥 시커먼 금속 박스가 아니다. 전면 패널은 펄이 들어간 고광택 도료로 코팅되어 있으며 박스 부분은 강하게 빛을 반사해서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엠보싱 처리가 되어 있다. 전면 우측의 파워 스위치를 올리면 푸른색 LED가 작게 켜지는 모습도 아름답다. 리벳처럼 보이는 볼트로 케이스가 단단히 체결되어 있으며 바닥 부분도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이다.



후면을 보면 스피커 연결을 위한 커넥터와 함께 2조의 입력 커넥터가 보인다. 위쪽에 있는 것이 아날로그 RCA 입력 커넥터로 다른 소스 기기와 연결할 때 사용한다. 그 아래에 있는 것은 전류 입력을 위한 BNC 커넥터로 다른 바쿤 SATRI 회로 장치나 전류 출력이 가능한 소스 기기를 연결할 때 쓰인다. 이 두 가지 입력을 전면의 스위치로 선택하며 쓸 수 있다.




* SCA-7511MK3의 청취에 사용된 기기는 다음과 같다.
CD 플레이어 : NAD C 515BEE
외장형 DAC : Matrix Mini-i (CD 플레이어와 옵티컬 연결)
옵티컬 케이블 : WireWorld Nova 6
인터커넥트 케이블 : Van Den Hul The Name
헤드폰 : AKG K812, Sennheiser HD800, Grado HP1000(HP-1), HiFiMAN HE-500 등 

바쿤 SCA-7511MK3는 오디오 업계에서는 유명한 제품이므로 각종 하이파이 매거진에서 리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앰프의 스피커 구동 능력은 매거진 리뷰를 참조하기 바라며 이번 글에서는 SCA-7511MK3를 주력 헤드폰 앰프로 사용했을 때 어떤 경험을 얻게 되는지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먼저 본문의 시작에서 소개했던 ‘헤드폰 시스템의 구성’을 떠올려보자. 음악의 재생기는 오디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PC를 쓰는 것이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거치형 CD 플레이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이 재생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기들 – 헤드폰, DAC, 헤드폰 앰프, 각종 케이블의 선택으로 헤드폰 시스템의 전체 사운드를 결정하게 된다.

헤드폰 애호가들의 수많은 의견이 있으나 대체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본다면 DAC는 전체 사운드의 해상도를, 헤드폰 앰프는 음색과 질감을 향상시켜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DAC나 헤드폰 앰프의 교체 만으로 해상도, 음색, 질감 등이 모두 향상되는 경우도 있지만 소리의 변화폭을 감안하면 DAC를 변경했을 때의 효과가 더 클 확률이 높다.


그런데 SCA-7511MK3는 헤드폰 앰프로 사용할 때 해상도, 음색, 질감을 모두 바꿔주는 효과가 있다. (당연히 HDA-5210MK3도 동일하거나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본인의 DAC는 중급 이하 수준에 불과하지만 본래 사용하던 그람슬리(Graham Slee) 솔로 SRG-II나 아나로그 디자인(Analog Design) 스베트라나 Rev.1에서 SCA-7511MK3로 변경했을 때의 소리 품질은 모든 면에서 향상으로 점철됐다. 재미있는 점은 트랜지스터 기반(솔리드 스테이트)의 헤드폰 앰프와 진공관 기반(튜브) 헤드폰 앰프의 각자 특성을 SCA-7511MK3가 모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의 정확도 높은 소리와 튜브 앰프의 듣기 좋은 잔향을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인 SCA-7511MK3에서 모두 감지하게 된다. 오디오 기기의 제작자들은 언제나 소리의 정확도와 감성적 잔향 사이에서 고민을 하기 마련인데 바쿤 앰프의 제작자는 그 중간 지점을 잘 찾아낸 듯 하다. 아니면, 그런 고민 없이 가장 정확한 소리를 만들어낸 결과가 SCA-7511MK3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이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몇 가지 알아둘 점이 있다. 첫째, 앰프 전원을 막 켠 상태에서는 헤드폰을 연결하지 말고 4분을 기다려야 한다. SCA-7511MK3는 전원을 켠 직후 약 4분 동안 내부의 입력 바이어스 전류가 잦아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 헤드폰을 연결하면 꽤 큰 소리로 고주파 노이즈가 들려올 것이다. 제품 이상이 아니므로 예열 시간이라 생각하고 조금만 기다려보자. 자꾸 4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본인이 실제로 스탑워치를 사용해 시간을 재어봤기 때문이다. 4분이 지나면 거의 절대 침묵에 가까운 청취 배경이 형성된다. 단, SCA-7511MK3에 이어폰(인이어 헤드폰)을 연결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매우 높은 감도를 지닌 이어폰에서는 배경 노이즈가 들릴 것이다. 이 제품은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북쉘프 스피커와 풀 사이즈 헤드폰을 구동하게 되며, 작은 이어폰의 동료가 되기는 어렵다.


둘째는 극성 맞추기파워 케이블 업그레이드다. SCA-7511MK3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소리의 명확한 초점을 맞춰준다는 점이다. 음악의 레코딩 상태에 따라 다르겠으나 다른 앰프에서 SCA-7511MK3로 변경했을 때 상하좌우의 중앙 지점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초점이 잘 맞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효과를 얻으려면 극성을 맞추고 파워 케이블을 좋은 것으로 끼워줘야 하는 것이다. 극성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테스터 기기가 필요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면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전원 콘센트를 반대 방향으로 끼워보고 소리가 더 좋게 느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기 전원을 껐다켜고 초기 노이즈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교 청취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한 번만 해두면 계속 편하다. 파워 케이블은 최소한 가전용이 아닌 오디오용으로 바꿔주기만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20~30만원대 제품으로도 소리의 모든 부분이 향상될 것이다.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본인의 경우는 음색의 변화 없이 해상도만 약간 올려주는 반덴헐(Van Den Hul)의 더 네임 케이블을 사용했다.


셋째는 바쿤 사용자들이 필수 아이템처럼 여긴다는 고주파 필터 FIL-3101의 사용 여부다. 바쿤 앰프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리가 아닐까. 별매 중인 바쿤 고주파 필터는 헤드폰 시스템의 경우 DAC와 SCA-7511MK3의 사이에 연결해주면 앰프로 역류하는 고주파를 제거해서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준다. 즉, 음악을 들을 때 주파수 영역 중 초고음역을 제거한다는 뜻이 아니라, 소스 기기의 소리에 악영향을 주는 고주파를 제거하여 최종적인 소리를 좋게 만든다. 이론은 이렇고 실제로 감상해보면 고주파 필터를 연결시 고음의 거친 질감이 사라진다.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원한다면 이러한 결과가 좋겠으나 고음의 자극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사용 중인 헤드폰에서 고음이 덜 나오는 편이라거나, 원래 고음이 강한 헤드폰을 선호한다면 고주파 필터를 꼭 사용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고음의 들쑥날쑥한 불안정함을 한 번에 정리하고 싶다면 고주파 필터가 꼭 필요할 것이다.

*이하의 감상평은 고주파 필터 FIL-3101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됐다.
*감상에 사용된 SCA-7511MK3는 오랫동안 가동해온 제품이므로 숙성이 충분히 된 상태다. 


바쿤 앰프의 소리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경험담이 많다. 평론가 몇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오디오샵에 들러서 여러 기기의 소리를 들어보다가 바쿤 앰프의 소리를 듣는 순간 ‘아, 편하다!’하고 느낀다는 일종의 여론이 존재한다. 일본 오디오라면 화사한 고음이나 현란함을 연상하기 쉽지만 적어도 바쿤은 편안한 소리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다. 본인은 SCA-7511MK3를 헤드폰 앰프로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종합하여 ‘바쿤의 소리가 왜 편안한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든든한 전원부를 통해 높은 밀도의 소리를 만든다. 혹시 휴대용 헤드폰 앰프를 써봤다면 내장배터리로 제한된 전원부의 한계를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SCA-7511MK3는 거치형 앰프이므로 그런 걱정이 전혀 없으며 소리가 산만하지 않고 잘 응집된 느낌을 준다. 또한 소리의 입자가 대단히 곱게 느껴지고 결이 부드러워서 귀의 편안함이 더하다.

2. 고음이 착색되지 않는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투명한 물과도 같은 고음의 색채를 표현한다. 고음의 색감 조절은 편안한 소리의 핵심과도 같은데 이것이 SCA-7511MK3의 특기나 다름없다. 그리고 고주파 필터를 더한다면 이 특기를 크게 보강할 수 있다.

3. 고.중.저음 모두 선이 조금씩 굵어진다. 소리의 선이 굵고 가늘다는 표현은 꽤 애매하지만 가장 쉽게 비유한다면 바이올린의 소리를 연상해볼 수 있다. 악기의 음이 고막에 도착할 때 그 무게와 농도를 감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너무 굵으면 귀가 피로해지고, 너무 가늘면 귀가 허전해지는데, SCA-7511MK3는 피로하거나 허전할 일이 없다.

4. 잔향감이 꽤 있다. 음의 정확도를 중시한 나머지 소리의 잔향을 제거해버리는 소스 기기도 있는데 그런 제품의 소리는 대단히 선명하지만 그만큼 음악 감상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역효과도 지니고 있다. SCA-7511MK3는 적당한 양의 잔향감 표현으로 음악 감상을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진공관 앰프처럼 느리게 풀어진 소리로 보기는 어렵다.

네 가지 요소를 정리해보면, 바쿤 사운드의 편안함은 조율의 성공에 의한 것이다. 고음 착색을 제거하고, 음의 굵기를 지나치지 않게 조금만 보강하며, 음악 감상의 필수라고 볼 수 있는 잔향감도 해상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잘 더해두었다. 물론 이것은 본인의 생각이며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은 원음을 최대한 그대로 재생했기 때문에 가장 아날로그에 가까운 소리가 됐고 그 때문에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주장할 것이다. 열흘 정도 SCA-7511MK3를 사용해본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제작자의 주장이 더 맞는 듯 하다.



거치형 앰프들은 출력 임피던스가 높기 마련인데 이 제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 하다. 젠하이저 HD800을 연결해도 저음이 아주 조금만 부스트되는 정도로 그친다. (*참고 : HD800은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앰프에 연결하면 저음량이 늘어난다.) 어느 헤드폰을 연결해도 헤드폰의 음색이 바뀌는 일 없이 본연의 소리를 낸다. 이 특징은 헤드폰의 매치업을 자유롭게 해준다. 가장 원음에 가까운 감상을 하겠다면 주파수 응답의 형태가 평탄하게 나오는 헤드폰을 연결해주면 그만이다. 이것은 음이 재미있게 변주되는 헤드폰들 역시 SCA-7511MK3와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헤드폰을 연결해서 감상하되 임피던스 16옴 정도의 미니 헤드폰은 피하도록 하자. 모바일 용도로 제작된 헤드폰들은 스마트폰의 낮은 출력으로도 큰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거치형 앰프에 연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SCA-7511MK3의 헤드폰 구동 능력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바쿤 SATRI 회로 기반의 파워 앰프에 게인 조절단만 붙여놓은 셈이니 강한 출력으로 헤드폰을 여유롭게 울리는 것은 기본이다. SCA-7511MK3의 볼륨 범위는 0에서 10까지인데 AKG K812, 젠하이저 HD800 모두 2를 넘겨서 들어본 적이 없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에 비해 효율이 나쁜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 헤드폰, HE-500은 2.5 정도로 듣게 됐다. 예상해보건대 아무리 저능률의 헤드폰이라고 해도 SCA-7511MK3에 연결한다면 볼륨 3을 넘길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큰 소리로 틀어서 청력을 망치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론으로 보면 헤드폰 앰프를 교체한다고 해서 헤드폰의 해상도가 올라가지는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게 낫다. 좋은 헤드폰 앰프는 하이엔드급 헤드폰이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주기 때문에 헤드폰의 본래 해상도를 되찾게 해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신호를 증폭한다는 원초적 역할만 본다면 헤드폰 앰프 가격이 1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분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풀 사이즈의 하이엔드급 헤드폰을 사용해서 하이파이 오디오에 준하는 고품질의 소리를 듣겠다면 SCA-7511MK3는 비교적 높은 가격을 투입해볼만 하겠다. 헤드폰 앰프의 교체를 통해 자신이 원래 사용하던 헤드폰으로부터 새로운 영역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이 되면서 바쿤 제품의 가격도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바쿤 제품들은 오디오샵에서 ‘더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여전히 그대로인 기기’로 통한다. 그 정도로 소리의 등급이 높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등급’이라는 것은 바쿤에서 정한 것이 아니라 바쿤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정해주는 것이다. SCA-7511MK3는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헤드폰 시스템으로 이동하거나 양쪽을 모두 사용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마련된 바쿤 사운드의 전달자다. 북쉘프 스피커로 준수한 하이파이 오디오를 갖춤과 동시에 고품질의 헤드폰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바쿤 제품으로써는 가격대가 중간 정도라서 대중적인 면도 있다. 혹시 오디오샵을 돌아다니면서 ‘요즘 오디오는 소리가 왜 이렇게 센 것일까’하고 생각했다면 SCA-7511MK3를 통해 바쿤 사운드의 편안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지민국 기자(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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