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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스테레오와 서라운드를 모두 즐겨라, 필립스 피델리오 E5
생생한 현장감의 서라운드 온 디맨드 사운드를 들려주는 신개념 스피커

2014년 07월 21일


제대로 된 홈시어터 시스템에는 고품질의 스피커 다수가 필요하다. 전면에는 커다란 톨보이 스피커 한 쌍으로 프론트 채널을 구성하고 후면이나 측면에는 북쉘프 스피커 다수로 리어 채널을 더한다. 가로 형태의 센터 스피커로 중앙을 보강하고 대출력의 서브 우퍼로 초저음을 깔아준다. 그러나 이 정도로 진지한 멀티 채널 스피커는 전용 홈시어터 룸을 갖춘 사람에게 적합하다. 아니면 아랫층에 피해를 줄 일이 없는 단독 주택 소유주가 되어야 마련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산이 매우 크게 들어간다.

비교적 작은 집에서 이웃을 신경쓰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작은 북쉘프 스피커에 리어 채널만 더해서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북쉘프 스피커로도 훌륭한 음악 감상이 가능하지만 블루레이로 영화를 볼 때는 입체감이 아쉽다. 즉 이것은 두 가지의 요구 사항으로 볼 수 있다.

1. 북쉘프 스피커를 통해 선명하게 감상하는 스테레오 오디오와 TV
2. 멀티 채널 스피커 및 서브 우퍼를 통해 생동감 있게 즐기는 영화와 게임

1번과 2번 모두를 하나의 제품에서 부족함 없이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적어도 필립스(www.philips.co.kr)에서 ‘피델리오 E5’를 내놓기 전까지는 그랬다.


필립스는 자석을 사용해 간단히 탈부착이 가능하며 전파 통신으로 고음질의 재생이 가능한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 기술을 선보인다. 이전에 소개했던 HTL9100은 사운드바 디자인의 제품으로, 평소에는 하나의 사운드바 스피커로 동작하다가 사용자가 멀티 채널을 원할 때 양 옆의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분리해서 리어 채널로 배치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 살펴볼 피델리오 E5는 북쉘프 디자인의 제품이면서 위쪽의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분리해 리어 채널로 쓸 수 있다. HTL9100이 매우 심플한 디자인의 ‘멀티 채널 엔터테인먼트 사운드바’였다면 피델리오 E5는 스테레오 음악 감상과 멀티 채널 영화 감상을 모두 완성하는 신개념의 스피커로 볼 수 있다.


HTL9100도 그렇고 피델리오 E5 역시 지금껏 이런 제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기본 개념의 설명이 필요하겠다. 표면적으로는 가전 제품 회사처럼 보이지만 수십년의 세월 동안 오디오 기술의 잔뼈가 굵은 기업이 필립스다. 이번에 개발한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 즉, ‘서라운드 온 디맨드(Surround On Demand)’로 인해 필립스는 다수의 어워드를 획득했다. 이 서라운드 온 디맨드라는 것은 내장 배터리를 지녔으며 자유롭게 본체 스피커와 붙였다 뗄 수 있는 무선 스피커를 통해 사용자가 원할 때마다 서라운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다음의 영상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피델리오 E5는 2개의 메인 스피커와 2개의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 1개의 서브 우퍼로 구성된다. 메인 스피커 위에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올려두면 2.1 채널의 스테레오 오디오가 되며,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분리해서 리어 채널로 두면 4.1 채널의 멀티 채널 홈시어터 사운드가 된다. (소프트웨어 기술로 5.1 채널 소스도 재생한다.)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에는 풀레인지 유닛이 하나씩 들어있으며, 메인 스피커는 트위터와 우퍼의 2-Way 구성을 사용한다. 스피커를 바닥 쪽으로 향하는 다운 파이어링 방식의 액티브 서브 우퍼도 무선 연결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서브 우퍼는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로로 길쭉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모든 스피커의 부피가 작고 무선 연결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치가 자유롭다.


피델리오 E5의 디자인 테마를 간단히 정의해본다면 ‘친근한 모더니즘’이 되지 않을까. 모든 스피커의 외형은 네모꼴 타워 형태인데 라인을 둥글게 다듬어서 온화한 인상을 준다. 크기는 일반적인 미니 컴포넌트 제품보다 조금 큰 정도로, 진지한 홈시어터 스피커들에 비하면 매우 작은 편이다. 거실이 아니라 침실 안에 두어도 될 만큼 아담한 크기이며 부드러운 느낌의 디자인으로 부담없이 배치할 수 있다. 


메인 스피커와 서브 우퍼의 표면은 짙은 회색의 패브릭 소재로 덮여있다. 멀리서 보면 거의 블랙 컬러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거나 태양 빛을 받으면 포근한 그레이 컬러가 살아나는 소재다. 이 제품의 외모에서 친근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 패브릭 소재의 포근함인 듯 하다. 그러면서도 모던 디자인의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심플한 모습으로 시각적 노이즈를 만들지 않는다. 쉽게 말해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친근한 인상의 메인 스피커, 서브 우퍼 디자인과 달리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의 디자인은 럭셔리를 지향하고 있다. 손에 들어보면 작은 도시락 정도의 크기로, 실버 컬러의 금속 그릴로 테두리를 둘렀으며 위쪽에는 원목 소재의 하우징을 올렸다. 약간 밝게 빛나는 실버와 실제 나무에서 드러나는 베이지 컬러의 조화가 아름답다. 그리고 통가죽으로 만든 고급스러운 손잡이가 눈에 띈다. 사용자가 서라운드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손으로 들어올리는 순간의 만족감을 전달하기 위한 소재 선택으로 보인다. 만약 통가죽 손잡이 없이 사용자가 양손으로 벽돌 들어올리듯 다뤄야 한다면 이 제품의 고급스러움이 완성될 수 있었을까? 럭셔리의 감각은 사소해보이는 디테일까지 보완하는 세밀함에서 나온다.


피델리오 E5의 설치 방법을 살펴보자. 패키지 박스를 열어보면 전원 케이블이 두 개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하나는 메인 스피커 우측에 연결하고 다른 하나는 서브 우퍼에 연결한다. 서브 우퍼는 무선 연결이므로 자유롭게 배치하고 메인 스피커는 좌우 채널의 연결을 위해 케이블을 사용한다. 이 케이블의 길이가 넉넉하기 때문에 좌우 채널의 간격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는 일단 메인 스피커 위에 올려둔 상태로 전원을 켜보자. 첫 사용에서는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의 내장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모든 기능을 리모컨으로 다룰 수 있는데, 기본적 편의를 위해 메인 스피커에도 주요 기능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전원 버튼과 블루투스 연결 버튼, 그리고 볼륨 조절 버튼이 있으며 가장 위쪽에 NFC 로고가 보인다. 피델리오 E5는 NFC를 정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이 로고가 있는 부분에 NFC 지원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한번에 블루투스 페어링을 완료할 수 있다.

* 피델리오 E5의 리모컨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소스 입력 선택을 모두 할 수 있으며 특히 서라운드 음장 효과와 고음, 저음 조절 등의 사운드 조절이 유용하다.


피델리오 E5는 여러 기기에 연결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입력 규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 AV 리시버 등과 연결할 때 사용하는 HDMI 입력이 2개 있으며, TV 전용의 HDMI ARC도 마련됐다. 광 입력, 코엑시얼 입력, 3.5mm 라인 입력도 따로 있고 간편한 모바일 기기 연결을 위해 블루투스도 갖추고 있다. 사실상 연결하지 못할 것이 없는 셈이다.

* 피델리오 E5의 블루투스 연결은 Apt-X와 AAC 코덱을 지원한다. 블루투스 연결 상태에서도 고음질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능이 될 것이다.


피델리오 E5의 사운드를 음미하기에 앞서 리모컨을 꼭 챙겨두자. 리모컨에서 고음과 저음 수준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를 조절하다가 기본값으로 되돌리고 싶으면 음표 마크가 그려진 리셋 버튼을 누르면 된다. (기기를 리셋하는 버튼이 아니라 소리만 원래대로 되돌리는 버튼이다.) 이하의 감상평은 리셋 버튼을 눌러 E5의 기본 사운드 기준을 맞춘 상태에서 작성했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고.저음량이 다르며 서브 우퍼의 저음이 환경에 따라 다르게 울리므로 적절히 조절을 해서 듣기를 권한다.


이 제품은 두 가지 타입의 사운드를 선사한다. 첫째는 기본적인 3-Way 타입의 스테레오 북쉘프 스피커가 전하는 하이파이 사운드이며, 둘째는 넓은 공간을 생생하게 채워주는 멀티 채널의 사운드다. 또한 두 가지 사운드 모두에 깊고 부드러운 저음이 깔린다.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결합해서 듣거나 분리해서 들어도 기본적인 음색은 동일하게 유지되며 공간감과 소리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메인 스피커에 결합해두면 피델리오 E5는 풀레인지가 가장 위쪽에, 트위터가 중간에, 우퍼가 아래쪽에 배치된 3-Way 스피커가 된다. 높은 타워 형태이기 때문에 청자의 귀높이에 맞춰 명확히 소리가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 피델리오 E5를 위해 제작된 별매의 스탠드도 있는데 이것은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의 높이를 더 올릴 수 있어서 앉은 키가 큰 사람도 고.중음역을 귀높이에 맞춰 전달 받을 수 있게 한다. 근본적인 스테레오 감상을 위해서도 상당히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분리하면 하이파이 사운드에 입체감, 공간감을 더할 수 있다. 리모컨에서 서라운드 효과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다. 스피커를 분리하면 금방 채널 확장이 시작된다. 4개의 스피커에 둘러싸인 상태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좌우 앞뒤에서 여러 악기의 소리가 달려오는 느낌이 든다. 또한 4개의 스피커가 형성하는 하나의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스피커 4대가 분리되어 있어서 정신없는 소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DSP 튜닝을 통해 스테레오 사운드를 멀티 채널 사운드로 자연스럽게 바꿔준다. 각 채널의 끊어짐 없이 원형의 소리 공간이 만들어지며 그 공간 가운데에 청취자가 위치하는 것이다. 소리를 들어보면 풀레인지 유닛의 음이 귀에 바로 오기 때문에 특히 중음역의 감지에 유리하다. 중저음을 바닥에 깔기보다는 약간 위쪽으로 띄워서 공간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지만 가장 깨끗한 사운드를 원한다면 HDMI 연결을 사용하기 바란다. 가장 즐거운 피델리오 E5의 활용법은 블루레이 하이파이 음반을 구입해서 HDMI 연결로 듣는 것이다. 5.1채널 이상으로 레코딩된 오케스트라 연주 실황 음반을 듣는다면 피델리오 E5의 모든 잠재 능력을 뽑아낼 수 있다. 하다못해 일반적인 3.5mm 스테레오 연결을 해도 이 제품의 세련된 고해상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블루투스 연결 시에는 고음의 착색감이 생기고 중저음의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가벼운 감상을 할 때만 활용하길 권한다. 피델리오 E5는 진지한 오디오 감상과 생동감 넘치는 영화 감상에 더욱 최적화 되어 있다. (스테레오 감상에 쓰겠다면 광출력이 되는 외장 DAC를 광연결해도 아주 좋다. 음악 파일은 CD 규격의 44.1kHz / 16bit 만 되어도 충분하다.)


E5의 사운드는 선이 가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필립스 오디오 중 대부분은 고음에 독특한 착색을 넣어서 즐거움을 더하는 면이 있는데 E5는 그런 느낌이 적은 편이다. 영화 감상에도 함께 쓸 수 있으려면 고.저음의 강조가 필수적인데 이 제품은 스테레오 감상도 할 수 있도록 고.저음 강조를 줄여놓은 편이다. (원한다면 리모컨으로 고.저음 강조를 할 수 있다.) 귀가 예민한 오디오 애호가의 경우 소리가 너무 밝거나 어두우면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피델리오 E5의 소리는 조금 밝은 정도의 맑고 깨끗한 음색을 유지한다. 귀에 쿡 파고들지 않고 부드럽게 주변을 맴도는 듯한 간접음이 특히 즐겁다. 오디오의 소리를 구별할 때 중저음의 힘이 강하고 단단한 타격감이 들 경우 ‘남성적인 소리’라는 비유를 하는데, 피델리오 E5의 소리는 중저음의 타격이 부드럽고 고음이 섬세하게 묘사되는 ‘여성적인 소리’에 가깝다.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분리한 상태에서 듣는 것이 진정한 E5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귀 양 옆에 배치하고 들으면 음악 속의 여러 요소들이 각자의 방향을 가지고 전달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음악 속에 앰비언트(Ambient) 요소가 있다면 그 신기함이 더욱 강해진다. 스테레오로 들을 때는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자잘한 소리들이 머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요컨대 서라운드 상태의 E5 사운드는 분리도가 크게 향상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렇게 분리도를 확보하는 상황에서도 소리가 균일하게 공간 속에 배열된다는 점이 놀랍다. 이것은 채널 분리를 한 상태에서 리버브(울림) 현상을 최대한 제거했기 때문이다. 스테이디움 스피커를 상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멀리 떨어진 스피커 여러 대에서 음악을 재생하면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게 되는데 피델리오 E5는 4대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울리지 않고 서로 연결되게 한다.


피델리오 E5는 스피커 주변에서 듣는 간접음도 좋지만 몰입적인 서라운드 감상을 위해서는 딱 맞는 위치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스테레오 스피커를 TV 옆에 두고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소파의 양 옆에 배치하길 권한다. 영화를 주로 본다면 무선 서라운드 스피커를 소파 뒤쪽에 배치해도 좋지만 사람의 귓바퀴 구조를 볼 때 옆에 두는 것이 더욱 선명한 소리로 이어진다.

필립스는 피델리오 E5의 데모를 위해 멀티 채널 녹음이 된 영상을 유튜브로 배포했다. 제품을 서라운드 세팅으로 두고 이 영상을 재생해보면 마치 극장에 온 듯한 입체적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 제트기 소리가 전면 좌측에서 시작되어 후면 우측에서 끝나고, 정글의 사운드는 여러 동물의 포효가 좌우 앞뒤에서 각각의 방향을 가지고 들려온다. 서라운드 사운드의 공간 속에서 소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비용을 들여 구축하는 홈시어터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피델리오 E5가 간편하게 만들어주는 홈시어터 사운드는 무척 인상적이다. 이 경험은 직접 해보지 않는한 묘사하기가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



필립스의 모든 제품에 있어서 실용적인 기능과 혁신적인 컨셉을 함께 지녔으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편이다. 피델리오 E5의 경우는 2.1채널 구성의 스테레오 오디오와 멀티 채널의 홈시어터 기능을 모두 가졌으면서도 어지간한 하이파이 북쉘프 스피커들보다도 가격 부담이 적다. 그러나 사운드 퀄리티의 타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블루투스 연결에서는 근본적인 규격의 한계가 있지만 3.5mm 스테레오 입력부터 일반 디지털 입력과 HDMI 입력 모두에서 오디오 애호가들조차 느긋히 고개를 끄덕거릴 듯한 수준의 소리를 들려준다. 간결한 시스템을 원하는 오디오 애호가는 물론 깨끗한 인테리어와 사운드를 모두 추구하는 가정에서도 좋은 선택이 되겠다.

사진:이재성/ 편집:윤지예/ 리뷰:지민국 기자(luric@buy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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